배당성향 최대 90%.. 외투기업 해외본사 배만 불려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외국인투자기업(이하 외투기업)이 국내에서 최고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산업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거나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수입차 상위 자동차 브랜드들이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과 연계해 본사와 납품계약 등을 추진중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외투기업은 올해 역시 예년수준의 높은 배당금을 책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7일 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투기업들의 본사 배당금 규모가 한국기업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투기업이 본사에 보내는 배당금은 한번 책정되면 순이익의 60~90% 수준. 한국의 다국적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현지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의 60% 이상을 유보 또는 재투자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다국적 IT기업은 물론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같은 해외본사의 배당정책으로 한국법인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해외 본사가 연간 경영목표를 세우면서 이익과 배당 규모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기업 한국법인 재무담당 관계자는 "독일 기업의 특성상 연간 경영계획 수립시 각각의 현지법인에 이익과 배당 수준을 통보한다"며 "대부분의 한국법인들은 이를 맞추기 위해 고혈을 짜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수입차 판매대수 순위에서 몇 년째 2위를 고수할 정도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1년까지 매년 배당금을 챙겨가고 있다. 일부 다국적 기업은 현지 시장상황이 어려운 경우 해당 법인의 현금 유출입을 자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손실을 기록해도 배당금을 꼬박꼬박 챙겨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중은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이중 50%에 해당하는 28억원을 독일 다임러 본사와 2대주주인 스타오토홀딩스에 배당한데 이어 2009년에는 당기순이익의 87%가 넘는 180억원, 2010년에는 당기순이익의 90%가 넘는 212억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해 한국진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다. 지난 2011년에는 순이익 대비 배당률을 30%수준으로 낮추기는 했지만 4년 평균 배당률은 64%를 훌쩍 뛰어 넘는다. 지식경제부가 조사한 외국인투자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인 35%의 1.8배나 높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부분의 독일차 회사들이 한국시장을 재투자의 대상으로 보기 보다는 실질적인 인프라는 딜러에게 떠넘기고 판매수익만 받아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도요타 한국법인은 소버린 사태가 터진 지난 2007년 137억원의 당기순이익의 전부를 모두 배당키로 했다. 이후 2008년과 2009년에는 각각 50%, 62% 배당성향으로 150억원 상당의 배당금을 챙겨갔다. 2009년 도요타 한국법인은 약 97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일본계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일본차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본사의 재정상황이 어려워 현지법인들의 자금을 활용했던 부분이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지만 집행할만한 현금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수입차 한국법인에 이어 한국IBM과 인텔코리아 등 미국계 IT기업도 배당금을 꼬박꼬박 챙겨가고 있다. 연구소 이외에는 크게 투자를 한만한 생산시설이 업기 때문에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국 본사로 넘어간다.

인텔코리아는 미국 인텔의 100% 출자법인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439억원의 당기순이익의 56%에 해당하는 250억원을 중간배당했고, 2007년에는 3억3000만원 당기순이익을 내고도 1966%에 달하는 약 66억원을 배당했다.

IT보안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계 IT기업 한국법인은 사실상 판매만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재투자 요인이 크지 않다"며 "인텔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외투기업들의 판매이익은 대부분 본사 배당금으로 빠져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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