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공무원 소신껏 일하게… 낙하산 없앤다"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새 정부에선 '영혼있는 공무원'들을 여럿 만날 수 있게 될까. 30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에 관가의 볼이 발그레해졌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후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별관에서 진행된 정무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 참석해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공무원들이 소신껏 일하지 못하게 하거나 책임을 면하기 위해 나쁜 관행인줄 알면서도 답습할 수밖에 없는 공직사회 분위기도 개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선인은 이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도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선인의 발언은 공약 수행의 어려움을 토로하다 된서리를 맞은 관가의 기를 살려놨다. 중앙부처의 한 고위관료는 "원론을 강조한 것일 수도 있지만, 허언을 하지 않는 당선인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행정부가 소신있게 정책을 추진하도록 배려하겠다는 의미여서 반갑다"고 했다.

또 다른 관료는 "이명박 정부 인수위가 출범했을 땐 인수위에 불려가 제일 먼저 들었던 말이 '공무원은 영혼이 없는 겁니다'였다"며 "공약 수행을 강조하며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걸 보면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원칙론자인 당선인이 관가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았다"고 했다. '낙하산을 없앤다'는 발언에 공기업들도 반색했다. 이 발언은 이른바 '개국공신'들이 공기업의 수장과 주요 보직을 차지하던 관행을 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낙하산 인사 관행이 사라지면 내부 승진 기회가 늘어난다. 수장의 정치적 성향이나 거취에 따라 조직이 요동치는 일도 준다.

당선인은 그러면서도 부정부패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1리터의 깨끗한 물에 오물이 한 방울이라도 섞이면 마실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99퍼센트의 공무원들이 깨끗해도 1퍼센트가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국민들은 공직사회 전반을 불신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당선인은 "깨끗하고 유능한 (관가라는)목표가 단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정부와 국가의 중요한 업무"라며 자정을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효종 간사 외에 하루 전 국무총리 후보에서 스스로 물러난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진영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이정현 당선인 정무팀장, 조윤선·박선규 당선인 대변인,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도 함께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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