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행 이달말 LTRO 조기상환 시작..얼마나 상환될까

은행금리 하락에도 대규모 상환 어려울듯
전문가들 "1분기 1000억~2000억유로 예상"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 은행들이 지난해 유럽중앙은행(ECB)로부터 빌린 장기 대출 자금을 조기상환할 수 있는 시기가 임박하면서 상환 규모가 얼마나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환 자금이 많을수록 그만큼 은행 사정이 나아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규모 상환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ECB는 2011년 말 유럽 금융시장 불안이 극심해지자 ECB 역사상 가장 긴 3년 만기 장기 대출 제도(LTRO)를 도입해 유럽 은행들에 대규모 자금을 빌려줬다. ECB는 2011년 12월 1차 LTRO 입찰에서 523개 은행에 4890억유로를, 지난해 2월 2차 LTRO 입찰에서 800개 은행에 5295억유로를 대출해줬다. 합계 1조유로가 넘는 자금이 풀려나간 것이다.

LTRO는 지난해 하반기 ECB가 발표한 무제한 유로존 국채 매입 정책인 '전면적 통화거래(OMT)' 제도와 함께 부채위기 불안감을 완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당시 LTRO 자금을 빌렸던 은행들은 이달 말부터 조기 상환할 수 있다. 은행들은 이달 말부터 3년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매주 한 차례씩 조기 상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조기 상환 자금 규모가 많을수록 시장에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상환하는 은행들은 그만큼 자금 여유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환을 하면 ECB의 담보 조건도 완화되기 때문에 유럽 금융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또 조기 상환이 이뤄지면 만기 때 한꺼번에 상환되는 자금 규모가 그만큼 줄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LTRO 만기 때 은행들의 자금 상황이 어려워지는 혼란도 줄여줄 수 있다.

리걸앤제너럴의 조지 그로츠키 신용리서치 대표는 "조기 상환은 좋은 신호가 될 것"이라며 "이는 은행에 대한 신뢰를 보여줌과 동시에 은행들이 ECB 자금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우려를 씻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일부 은행들의 일부 자금 조달 금리가 3년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이에 따라 자체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부 은행들의 채권 금리는 4년만에 처음으로 투자 등급 기업들의 채권 금리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좋아진만큼 조기 상환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금 조달 여건이 좋아진 것은 일부 유로존 핵심 국가의 은행들에 국한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북유럽 은행들은 상황이 낫기 때문에 가장 먼저 상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상황이 여전히 어려운 남유럽 국가 은행들은 빌린 자금의 10분의 1 정도만 상환할 수 있다고 모건스탠리는 예상했다.

특히 스페인 은행들은 LTRO 자금 중 무려 41%를 빌려갔다. 다음으로 이탈리아 은행들이 빌려간 자금 비율이 25%다. 이들 두 국가의 은행들이 빌려간 자금 규모가 전체의 66%에 이르는만큼 시장 관계자들은 대규모 상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올해 1·4분기 동안 1000억~2000억유로 가량의 자금이 상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은행들이 상황이 좋아졌다는 과시하기 위해 조기 상환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 금리보다 LTRO를 통해 빌린 자금의 대출 금리가 훨씬 더 낮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은행들이 무리해서 LTRO 자금을 조기 상환할 이유가 없다. 여차하면 금리가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여전하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