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배사 덕담, With를 외친다

2000년대 유행한 '부자되세요' 인기는 시들

요즘 건배사 덕담, With를 외친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새출발을 기리면서 덕담으로 나누는 새해 인사가 달라지고 있다. 2000년대를 휩쓸었던 '부자되세요'의 인기는 매우 퇴조한 대신 '나눔'과 더불어 살기를 강조하는 인삿말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위트와 해학을 담은 인사말들이 새로 등장하는 추세다.

◆ 2000년대 휩쓴 '부자되세요' 한풀 꺾여=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새해 인사말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와 '건강하세요', '희망하는 모든 일이 이뤄지길 기원합니다' 등은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다. 반면 2000년대 들어 새로 등장해 새해 인삿말의 대표격이 됐던 '부자 되세요'의 기세는 예전같지 않다. 2002년 한 신용카드사의 광고에서 처음 선보인 '부~자 되세요'는 사회 전반적인 '부자되기 열풍'과 함께 연말연초 회식 자리를 휩쓸었다. 당시 이와 관련된 서적도 불티나게 팔렸는데,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1년에 1억 벌기', '10년 안에 10억 벌기', '한국의 부자들' 등 재테크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이 인삿말은 점차 퇴조하는 추세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 경기불황 등으로 부자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더 시급해지면서 '부자되세요'라는 인삿말은 자주 듣기 어렵게 됐다. 이는 서점가에서 '부자되기' 서적들의 인기가 예년에 비해 시들해진 것과도 같은 흐름이다.

요즘 건배사 덕담, With를 외친다
◆ 나눔 강조하는 덕담 인기 = 직장인들은 연말연시 각종 송년회와 신년회에서 건배사를 통해 인사말을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건배사에서도 예년처럼 '건투'나 '승리'를 기원하는 대신 '나눔'을 강조하는 표현이 많아졌다. 몇년 전부터 '당신멋져(당당하고 신나고 멋지게 져주며 살자)',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누자)', '소나무(소중한 나눔의 무한 행복을 위하여)' 등이 술자리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직장인 김정수씨는 연말 연초 회식자리에서 늘 '선복악화(善福惡禍·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화를 입는다)'라는 권선징악형 인삿말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로부터 많은 박수와 호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사회적 경제 등이 인삿말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치와 위트가 섞인 인사말들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고객님 앞으로 주문상품 '나이 한살'이 배송중입니다. 본 상품은 특별주문상품으로 취소ㆍ교환ㆍ환불이 불가하고 1월1일 도착 예정입니다. 묶음 상품 '주름'이 같이 배송됩니다"는 등의 재밌는 내용을 휴대폰 문자나 이메일을 통해 주고받는 경우도 있다.

대선 이후 새 정권과 함께 새 출발을 하는 한 해를 맞아 "멘붕(멘탈붕괴) 탈출하세요"라는 뼈있는 농담을 건네는 이도 있다.연말연시 각종 송년회와 신년회 자리에서 재치넘치는 인사말과 건배사를 건네기 위해 스마트폰 앱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는 조선시대 한글 편지를 예로 들어 새해 인사로 완료형 인사 문구를 권하기도 했다. 새해 소망을 이미 확정된 사실로 표현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선 효종의 비인 인선왕후는 딸 숙휘공주에게 "새해에는 앓던 병을 떨쳐버리고 마마(천연두)를 잘 치르며 80세까지 산다고 하니 이런 경사가 어디 있으리"라는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한중연 관계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나 '부자되세요' 같은 인사말을 많이 하는데, 전통적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표현에서 이 같은 명령형의 인사말을 쓰지 않는다"며 "새해에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신다니 미리 축하드린다고 표현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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