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김중의 '사랑'

곱추 여자가 빗자루 몽둥이를 바싹 쥐고/절름발이 남편의 못 쓰는 다리를 후리고 있다/나가 뒈져, 이 씨앙-놈의 새끼야/이런 비엉-신이 육갑 떨구 자빠졌네/만취한 그 남자/흙 묻은 목발을 들어 여자의 휜 등을 친다/부부는 서로를 오래 때리다/무너져 서럽게도 운다/아침에 그 여자 들쳐업고 약수 뜨러 가고/저녁이면 가늘고 짧은 다리 수고했다 주물러도/돌아서 미어지며 눈물이 번지는 인생/붉은 눈을 서로 피하며/멍을 핥아줄 저 상처들을/목발로 몽둥이로 후려치는 마음이 사랑이라면/사랑은 얼마나 어렵고 독한 것인가?

■ 꽃의 모양이 상처를 닮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꽃은 식물의 성기이니, 거시기 또한 상처를 닮았다는 얘기가 된다. 사랑이, 닮은 상처에 대한 뿌리깊은 연민이라면, 이 시만큼 직설적인 풍경은 없다. 제 상처보다는 남의 상처가 먼저 보이는 것이기에, 씨앙놈 비엉신이 튀어나는 것이지만, 기실은 그게 바로 사랑하는 자리이며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접면이다. 상처가 우선 보기 싫어서 후려치지만 그럴수록 도들새겨지는 그 울룩불룩한 것들의 서러움. 시인은 장애인들의 특별한 사랑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바로, 당신 얘기다. 장점을 사랑한다면 그게 어디 사랑인가. 탐욕이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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