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6일 오전 8시, 이른 아침부터 용산구에 위치한 동네 목욕탕내 사우나에는 새벽같이 와서 한창 땀을 빼고 있는 40~60대 주부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운다.
누구 하나 말을 하지 않아도 주말 이 시간만 되면 매일 모이는 그들은 동네 친구이자 언니동생이며 이웃지간으로 서로 집안 내 속속들이 잘 알고 지낸다. 매주 보는 이들이지만 오늘도 수다는 그칠 줄을 모른다. 오늘은 남편 이야기가 한창이다.
"어머, 성희 엄마 뱃살이 왜 이렇게 빠졌어? 운동했어?"라며 성주엄마가 이제 막 커피와 계란을 하나 가득 들고 온 민지엄마에게 인사말을 건넨다.
"빠지긴 뭐가 빠져. 요 며칠 남산을 매일 올라갔다왔더니 그런가. 그래도 먹는 게 줄지를 않는데 멀." 이라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옆에 있던 경수엄마도 편을 든다. "그러게, 살이 좀 빠진 것도 같네. 아이고 삭신이야. 요즘 아주 안 아픈데 없이 왜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어. 에혀. 빨리가서 밥해줘야지."라며 일어나려 한다.
"아니, 일요일인데 아저씨더러 좀 차려 먹으라고 하고 더 지지고 가요."라며 성주엄마가 건넨다.
"밥을 차려 먹어? 아이고 앓느니 죽지. 여즉 밥하나 자기 손으로 차려먹을 지를 모르는 사람이야. 국이며 반찬이며 다 해놔도 그걸 안 꺼내먹는다니까. 좀 차려먹으라고 하면 이제 별걸 다시킨다고 도끼눈을 떠." 라며 혀를 찬다.
누워있던 강진엄마도 벌떡 일어나 남편얘기에 끼어든다. "우리 아저씨도 큰일이야. 아니 왜 밥통뚜껑을 못 여는지. 그걸 그렇게 못 열어. "라며 웃는다.
민지엄마도 "우리 아저씨는 설겆이를 가끔 도와주긴 하는데 아주 그게 더 일을 저지르는 거예요. 그릇을 엎어놔야 는데 그대로 놓고 그릇하나 닦는데도 온 힘을 줘서 닦으면서 뒤처리는 안하고, 아예 속편하게 내가 하는 게 낫다니까요. "라며 남편 흉보기에 끼어든다.
비교적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는 선희 엄마는 "아니 우리 남편은 티셔츠를 입으면 아주 큰일이 나는 줄 알아. 여즉 평생 살면서 티셔츠를 안입었어요. 매번 셔츠나 남방 다려줘야 되요. 그것도 희안하다니까. 오죽하면 우리 딸이 나더러 왜그러고 사냐고 하더라니까."라고 말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강진엄마는 "자식들도 마찬가지야. 설겆이하나 하는 꼴을 못봐. 우리 애들은 어쩜 그런지 몰라. 아들은 좀 나아요. 딸이 그래 딸이.."라며 못마땅해 한다.
수다떨기에 열중하고 있던 차에 뒤에 앉아있던 성필이 엄마가 한숨을 지으며 한마디 건넨다. "그래도 남편있는 여자들은 행복한 거야. 지지고 복고 싸우고 해도 남편이 있어야지. 나 봐. 마흔 되서 남편 먼저 보내고 얼마나 외로운지 몰라. 부부가 같이 걷는 모습만봐도 얼마나 부러운데."라며 울분을 토한다.
"남편있는 여자들은 모임에서도 노래방가서 남자들이랑 룰루랄라 잘만 노는데 난 또 혼자살다보니 말 나올까바 그런 것도 못한다니까. 자식 다 필요없어. 나이 들면 옆에 기댈 서방이 있어야대."라고 말한 뒤 나간다.
순간 남편 씹기에 열을 올리던 사우나 분위기는 가라앉는다. 침체됐던 분위기에 성주엄마 일어나며 한마디 한다. "아이고, 땀 고만 빼고 나도 얼른 가서 밥이나 해줘야 겠다. "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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