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꼬일대로 꼬인 강남구-넝마공동체 갈등

강남구 불법 시설물 정비사업 2년… 불씨 여전
최근엔 넝마공동체 자체분열로 새로운 국면 띄기도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강남구와 넝마공동체 간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강남구가 2010년 12월 ‘고가(교량) 하부 불법 시설물 정비’사업에 착수한 이후 현재까지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현재 넝마공동체가 20년 넘게 지켜 온 대치동 508번지(영동5교 하부, 800㎡)는 지난 달 9일 행정대집행이 이뤄졌고, 실태조사를 거쳐 확인된 17명(수급자 9명, 비수급자 8명) 중 15명은 같은 날 세곡동 1-3번지(250㎡) 임시부지로 이전했다.

넝마공동체는 1986년 윤팔병(71) 씨가 재활용품이나 폐품 등 ‘넝마(낡고 해어져 입지 못하는 옷이나 이불 등)’를 팔아 생계를 잇는 노숙인들의 자활을 위해 조직한 단체다. 당시 이들이 거주지로 삼은 곳이 영동5교 부지였다. 대집행 이전까지 17명을 포함한 노숙인들은 26년 간 이곳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해결해 왔다.

두 당사자 간 갈등이 본격화 한 건 올 7월 강남구가 당시 윤팔병 넝마공동체 대표에게 대집행 계고문을 발송하면서부터다. 구청은 컨테이너, 확성기 등 비허가 시설물을 8월 10일까지 정비하도록 공지했다. 구성원들은 “강남구가 공권력을 앞세워 대안 없이 삶의 터전을 빼앗으려 한다”며 구청과 서울시 등을 상대로 집회와 시위를 전개했다.

문제는 넝마공동체 내부에서 대응노선을 놓고 분열이 생기면서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거주지 이전을 두고 구청과 협의 중이던 올 5월 세곡동 이전 등 구청과 협조하자는 입장과 이대로 협조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섰다.

실력행사를 주장한 윤 대표는 10월 28일 세곡동 이전의사를 밝힌 구성원들을 제외하고 기존 컨테이너 4개와 추가로 3개를 구입해 대치동 탄천운동장(약 7920㎡)에 새 주거지를 꾸렸다.

이곳은 서울시 도시안전실에서 관리하는 부지로, 윤 대표 등은 컨테이너와 23동 텐트, 10개의 현수막도 설치했다. 넝마공동체 내부에 세곡동 측과 탄천운동장 측으로 ‘한 지붕 두 가족’이 형성된 셈이다.

이후 예고됐던 영동5교에 대한 대집행이 실시됐고, 기존 거주자 15명은 구청 방침에 따라 2개의 컨테이너를 가지고 세곡동으로 이전했다. 제외된 2명은 윤 대표와 김덕자 씨였다. 이후 윤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 김덕자 씨가 대표직을 이어 받았다. 강남구는 엿새 후 15일 탄천운동장 점유지에 대해서도 대집행을 진행했고, 이에 반발한 윤 전 대표와 구성원들은 강남구청과 구청장 자택, 서울시청 등에서 산발적 집회를 열고 있다.

현재 세곡동 부지에는 4개 컨테이너와 임시작업장 등이 꾸려져 있다.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구성원은 총 18명, 이전 이후 추가된 3명과 43명 비회원을 더해 6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전한 뒤엔 ‘넝마공동체 청년사업단’으로 명칭도 바꿨다.

2004년 넝마공동체에 들어 와 사무국장을 지낸 이준형 청년사업단 대표는 “지난 5월부터 윤 전 대표와 의견충돌이 있었고 그 이후 몇 차례 조율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며 “당시 윤 대표는 나에게 5월부로 직무에서 손을 뗄 것과 (구청을 상대로) 실력행사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구청과 협의가 잘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내부적으로 분란이 발생해 유감스럽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와 달리 윤 전 대표 측은 강남구청이 공권력과 용역을 동원해 구성원들을 일방적으로 억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5여년 간 노숙인 자립을 위해 힘써 온 단체에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어 몰아붙였다는 지적이다. 새롭게 조직된 청년사업단에 대해서도 자체적 구성일 뿐이라며 의미를 일축했다.

조속히 사태를 매듭지어야 하는 강남구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규정에 따른 절차를 밟았고, 그 이전 세곡동 대체부지 마련 등 존속을 위한 검토와 지원을 해왔음에도 문제가 진정되지 않아 고민스런 모습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지난 달 22일 세곡동에 안전용 펜스를 설치했고 23일에는 겨울 후원물품도 전달했다”며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는 일부가 공동체로 유입돼 자신들의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고 하니 매우 난처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