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지금 아주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오는 19일 아버지의 역사를 계승코자 하는 대통령 후보가 대권을 차지할 지에 대한 여부다.
만약 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아버지를 보다 떳떳하게 '세습'하게될 것이며 당선에 좌절될 경우 그녀는 스스로 아버지의 역사를 청산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어느 방향으로 결론나더라도 인류역사상 매우 드문 선례로 남을 게 자명하다. 그 주인공이 바로 박근혜 후보다. 박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반대세력으로부터 '독재자'로 불린다.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와 아버지시대의 유산을 부정하는 대신 정치적 DNA까지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영웅인 아버지냐, 독재 권력자인 아버자냐"하는 거대한 심판에 온 국민이 참여한 양상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지금의 드라마는 한 개인의 극적인 삶에 대한 관심에 시선이 쏠려있다해도 그것은 전혀 개인드라마가 아님을 알려준다. '아버지의 역사', 즉 독재시대의 유산에 대한 청산 혹은 계승의 갈림길인지를 우리가 결정해야하기 때문이다.
바로 개인의 삶과 우리의 삶이 무관하지 않은 까닭이다. 아버지가 그저 평범한 사람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문제는 단순히 극적인 개인적 삶의 문제가 아니다. 박후보가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견해가 다른 사람들과 부딪쳐야하는 숙명성은 우리 모두에게도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됐다. 다른 거대 권력자의 자식들은 어떤가 ? 스탈린의 딸은 '아버지의 망령'을 떨치기 위해 평생 세계 곳곳을 유랑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죽은 후 '스베틀라나 알리루예바'로, 미국 망명생활 이후엔 '라나 피터스'로 개명한 채 살았다. 그러나 망명도 그녀를 자유롭게 하지 못 했다. 서방세계는 그녀를 소련을 비난하는 도구로 삼았다. 그녀는 아버지를 부정한 댓가로 돈과 유명세를 얻었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그녀의 오빠 '야코프'는 더욱 비극적이다. 젊은 나이에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죽음으로 아버지의 그늘을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반면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의 자녀들은 아버지를 부정하기 보다는 옹호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망명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아들 '봉봉 마르코스'는 현 상원의원이자 2016년 대선의 유력한 주자로 나섰다. 딸 '이미 마르코스'는 최근까지 필리핀 북부에서 주지사를 지내는 등 마르코스의 자식들은 권력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마르코스 집권기엔 3000여명이 죽고, 3만5000여명이 고문을 받았으며 7만명이 투옥됐다. 아직까지도 필리핀은 마르코스의 은닉재산 환수를 진행중이며 고문, 유괴 등 인권피해자들의 저항과 법정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마르코스의 자식들은 결코 아버지를 부정하지는 않을 듯 싶다.
스베틀라나와 봉봉 마르코스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그 모두 아버지의 과거 행적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스탈린, 사담 후세인, 카스트로, 무솔리니, 카다피, 차우세스쿠, 프랑코, 피노체트, 마르코스 등 세계 현대사의 악명높은 독재자와 그 자식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드러다보면 우리 현실을 다시금 반추하게 된다. 아버지의 역사가 어떻게 대물림되는지도 냉철하게 알 수 있다.
인문교양서 '독재자의 자식들'은 독재권력이 자식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탐구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각 개인의 삶과 더불어 이탈리아 파시즘의 등장부터 스탈린에 의한 공산주의의 전체화, 중동지역의 석유 및 이권 다툼, 남미와 아시아 통치체제 등 현대사의 흐름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이책은 굳이 평범한 아버지를 가진 아들, 딸들이라도 그 아버지를 사회인문적으로 어떻게 계승하는지를 한번쯤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독재자의 자식들/이형석 외 공저/북오션/1만5000원)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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