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따라잡기④] 의료계 "무조건 위험하다" 오해 풀어야
▲ 래피드아크(RapidArc)를 이용해 암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 장비가 환자 주변을 회전하면서 종양 전체를 3차원 계산법으로 정확하게 인식하고 방사선을 쪼이는 방식으로, 짧은 시간 안에 암 조직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 건강검진에서 암 의심 소견이 나와 조직검사를 받게 된 이모(60)씨. 종합병원 입원 첫날 엑스레이만 다섯 장을 찍고 CT 촬영을 하더니 이튿날에는 양전자단층촬영(PET CT)을 한다며 방사성 동위원소가 든 주사를 맞았다. 간호사가 방사성 물질이 모두 배출돼야 한다며 최소한 물 1리터를 마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방사성 물질을 먹었다니……' 가뜩이나 암이 발견될까 조마조마한 차에 몸에 해로운 방사능에 노출된 건 아닌지 조바심이 더해진다.# 임신 3개월차에 들어선 회사원 김모(31)씨. 오래 전 치료받은 어금니가 시큰거리는 것 같아 치과를 찾았더니 크라운으로 씌운 이 아래로 금이 가거나 썩은 것 같다고 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치아 엑스레이 사진을 봐야 한단다. 의사는 임신초기 치아가 약해지면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지만 그래도 임산부에게 엑스레이는 가장 피해야 할 검사가 아닌가? 혹여 태중 아기에게 해가 될까 김씨는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 대학병원에서 소세포 폐암과 뇌 전이를 진단받은 고모(64)씨. 방사선 치료의 하나인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고 3개월만에 전이된 암이 깨끗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폐 쪽의 암세포 역시 여섯 번의 항암 치료와 열 번의 방사선 치료로 눈에 띄게 크기가 줄어든 상태다. 처음엔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의료진의 설명에 '살기 위해' 방사선 치료를 받았고 치료 자체에도 별달리 불편한 점은 없었지만 부작용으로 발생한 식도염 때문에 보름째 밥다운 밥을 먹지 못하자 가족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방사능'에 대한 공포는 '의료 방사선'에 대한 거부감까지 불러 왔다. 대부분의 의료진은 방사선 치료가 '수술을 대체하거나 수술과 병행해 적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암 치료법'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환자들은 '원전 사고로 유출된 방사능'을 먼저 떠올리고 치료를 망설이기도 한다.현재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는 직장암과 유방암, 전립선암, 뇌종양, 두경부조양 등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비인강암과 초기후두암 등은 방사선 치료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한 수준이다. 자궁경부암이나 갑상선암은 방사선을 몸 밖에서 쪼이는 방식이 아닌 방사성 동위원소를 먹거나 몸 속에 삽입해 치료한다. 다만 간이나 위장 등은 암 이외의 주변 조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방사선 치료를 선호하지 않고 있다.
조철구 원자력병원장은 "국내 방사선 치료 기술은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고 적용 범위도 빠르게 확대·세분화되고 있다"며 "거의 모든 종류의 암에서 치료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증상들이다. 치료 계획을 정하는 단계에서부터 환자 개개인에 맞는 적절한 방사선의 양과 치료 범위 등을 처방하면 최소화할 수 있다.
방사선 치료를 위한 장비들도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국내 병원에서 가장 보편화된 것은 세기조절방사선치료(IMRT). CT나 PET 같은 방사선 영상을 이용해 암 병변의 위치와 모양을 파악한 후 컴퓨터로 계산된 방향, 시간, 세기로 방사선을 투여한다. 래피드아크(RapidArc)라는 장비는 치료기 속에 진단 CT가 장착돼 있어 치료 도중에도 줄어든 암의 크기를 확인할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치료 범위를 최소화하면서 암 부위에만 집중적으로 방사선을 쪼여 후유증이 적다.
'방사선 수술'로 불리는 감마나이프와 사이버나이프는 고선량의 방사선을 한꺼번에 조사하는 방식으로 적용 범위는 더욱 정밀해지고 치료기간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360도로 회전하는 로봇 팔을 이용하는 사이버나이프이 경우 암 치료를 3~5회만에 끝낼 수 있고 무엇보다 사전에 입력된 방사선 조사량과 다르게 작동될 경우 자동적으로 멈추도록 설계돼 기계 오류로 인한 피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는 2016년 가동을 목표로 부산시 기장군에 설치될 중립자치료기는 기존 방사선 치료와 비슷하지만 암 치료에 내성이 있거나 방사선 치료로도 어려웠던 췌장암, 폐암, 두개저암 등의 치료에도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방사선 진단, 또는 방사선 치료는 인체에 무해할까? 전문가들은 진단 방사선은 0.01~10.0밀리시버스(mSv)의 저선량이라 우려할 필요가 없고, 여성이 임신 사실을 모르고 방사선 검사를 받았더라도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또 암 치료를 위한 방사선의 경우 암 조직에 조사되는 방사선은 7000~7만mSv에 이르지만 치료 후 몸 속에 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서울성모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장홍석 교수는 "CT가 기존 엑스레이 촬영보다 방사선량이 100배 이상 높지만 CT를 포기하면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해 환자의 질병 위험이 높아진다"며 "방사선 치료 역시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보다 방사선 치료를 통해 얻어지는 효용이 크다면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우홍균 교수는 "방사선 치료로 인해 또다른 암이 발생하는 2차암은 그 가능성이 매우 낮고 실제 나타나더라도 10~20년이 걸린다"며 "현대인의 암 발생빈도를 고려한다면 성인이 2차암을 걱정해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사용하는 방사선 역시 노출된 양에 비례해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가능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동국대의대 김익중 교수는 "갑상선암에 적용되는 방사성 요오드요법과 같이 내부 치료의 경우 일어나는 내부피폭은 실상 매우 높은 수치이고 다른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며 "환자가 예상 가능한 부작용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받은 뒤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료 목적으로 방사선을 사용할 때에도 모든 병원에 적용되는 일관된 기준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이재기 교수는 "정부가 신약 허가를 내주더라도 의사들이 처방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복용량이 달라지듯 치료 방사선도 의사의 처방에 따라 주어지는 양이 달라진다"며 "의료 현장에서도 선진국의 방사선 조사 절차나 권고치를 참고로 할 뿐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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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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