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을 기리고 고향 후배 위해” 장학재단 설립

[아시아경제 노해섭 기자]

이흥재씨 3억 출연해 모교인 손불초교 후배 양성 귀감 “교육자가 되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선친의 뜻을 기리고 저를 있게 해준 고향을 위해 장학재단을 설립했습니다”

대전광역시에서 건설업을 하는 이흥재(63)씨가 지난 5일 고향인 전남 함평군 손불면 대전리 손불초등학교에서 ‘귀흥장학재단’을 설립하고 현판식을 가졌다.

귀흥장학재단은 고인이 된 부친 이귀만(李貴萬) 씨의 첫 글자와 본인 이름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뜻을 잇기 위해 이 같이 지었다.

고(故) 이귀만 씨는 손불초교 15회를 졸업하고 교육자가 되기 위해 목포사범학교에 재학했으나 한국전쟁 당시 함평양민학살 사건에 휘말려 희생돼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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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전쟁의 화마에 아버지를 잃고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학업을 포기한 채 고향을 떠나 온갖 고초를 겪어야만 했던 이씨는 선친의 유지를 잇고 날로 쇠퇴하는 고향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 장학재단 설립을 결심하게 됐다. 또 외환위기로 힘든 시기에 수천만원의 퇴직금을 선뜻 지원해 준 교회 집사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경험이 사회환원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

이씨는 사재 3억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재단 수익금으로 모교인 손불초등학교 졸업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특이한 점은 다른 장학금과 같이 성적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

이는 순수한 어린 아이들을 경쟁과 줄 세우기로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선친의 유지와 이씨의 의도에 맞지 않기 때문.

이에 따라 당해연도 재단 수익금 중 80% 이상을 졸업생 모두에게 균등하게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손불초교 34회 졸업생인 이씨는 “제가 사회에서 받은 것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리고자 하는 것이 장학재단 설립의 이유”라면서 “우리 후배들이 효도할 줄 알고 이웃을 돌볼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노해섭 기자 no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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