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위기.. 금감원도 바빠졌다

저성장·저금리에 10년후 5조원 손실 볼 수도..금감원 전망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저성장ㆍ저금리' 기조가 은행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위기의 목소리는 은행 내부에서 뿐 아니라 금융당국으로부터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건전성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제도 도입 등을 검토중이다.

최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금융회사들이 내년 실적이 안 좋을 것으로 보고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면서 "새로운 영업모델을 만들고 대응하지 않으면 저성장ㆍ저금리라는 상황만으로도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의 진단대로 은행은 안팎에서 변화와 악재를 맞은 상태다. '삼중고(三重苦)'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바젤Ⅲ와 예대율(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잔액의 비율) 규제 등 은행의 건전성 및 자본규제 강화 방안은 주요 경영리스크로 꼽힌다.

바젤Ⅲ의 경우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유동성비율ㆍ레버리지비율 도입하는 것 등을 기본 골자로 한다. 국내 은행들의 경우 단기적인 관리 부담이 크지 않지만 대출금리 상승, 대출규모 축소 등 부담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높다. 국내 은행 지주회사들은 내년부터 2016년까지 이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게 된다. 지난 2010년부터 시행된 예대율의 경우, 정부는 내년까지 은행의 예대율을 100%로 낮추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역시 수익성에 타격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금융당국의 화두였던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역시 은행들 입장에서는 중요한 변화다. 지난 5월 금감원장 직속 기관으로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출범하고, 소비자 중심의 사회적 요구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소송도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상품 판매나 환전, 송금 과정에서 받는 수수료 인하 역시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가장 중장기적이고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저성장ㆍ저금리'다. 권 원장이 "90년대 초반 일본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경고할 정도다. 금감원은 내부적으로 저성장ㆍ저금리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이 문제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성장률이 1%대를 기록하고 금리가 현재보다 1%포인트(p) 하락할 경우 10년 후 은행들이 5조원대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치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상승과 다중채무자, 기업 구조조정 등 역시 내년 은행권의 주요 과제이자 리스크 요인이다.

금감원은 '10년 후 5조원 손실'과 같은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금감원은 이밖에도 웅진그룹 사태 이후 경색된 회사채시장의 정상화와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주채권은행의 역할 강화 등 국내 금융시장을 둘러싼 현안들에 대한 대응책을 조만간 내놓기로 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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