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매창의 '스스로 슬퍼함(自恨)ㆍ3'

정을 머금으니 도리어 말이 안나오고
이게 꿈인지 내가 바보가 된 건지
녹기(비파)로 강남곡(사랑노래)을 연주하니
지금 내 생각, 아무도 물어주지 않네

含情還不語 如夢復如癡
綠綺江南曲 無人問所思
매창의 '스스로 슬퍼함(自恨)ㆍ3'

■ 현란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매창의 언어마술. 술잔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니 목구멍까지 사랑이 차오른다. 입 속에 좋아하는 마음이 가득 고이니, 오히려 말이 안나온다. 입에 무엇인가를 잔뜩 머금고 있을 때 그런 것처럼 말이다. 말을 해야하는 마음과 말이 안나오는 상황이 서로 싸우면서 마치 꿈꾸는 것 같이 비현실적이고, 갑자기 혀가 굳는 듯한 상태가 된다. 쯧쯧. 바보 매창. 이런 상황을 숨기려고 입을 다물고 비파를 연주한다. 사랑의 음악을 켜는 손이 서럽게 떨린다. 그런데 저 사람은 나보고 '좀 이상한데? 괜찮느냐? 어디 아프냐?'고 물어주지도 않는다. 바보 남자. 악기가 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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