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때문에···” 투자자보호 외면한 증권사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가뜩이나 방문도 뜸한데, 투자에 부적합하다는 평가 때문에 고객에게 판매를 거절하면 안되는 분위기예요.”

펀드 판매를 담당하는 증권사 일선 지점 직원의 하소연이다.금융감독원이 지난 9~10월 기간 동안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 등 총 30개사 600개 점포를 대상으로 펀드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한 결과 투자위험이나 환매방법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펀드를 판매하는 등 증권사들이 투자자보호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사 대상 전체 30개사의 평균 점수는 76.6점으로 지난해 84.3점에 비해 7.7점(9.1%) 하락했다. 이 가운데 증권사는 15개사로 절반을 차지했다.

5개 등급별로 나눈 증권사별 현황을 살펴 보면 90점 이상을 받은 ‘우수’ 등급에는 대우증권이, 80~90점을 받은 ‘양호’ 등급에는 HMC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속했다.70~80점대인 ‘보통’ 등급은 동부증권과 한국투자증권, SK증권이, 60~70점을 받은 ‘미흡’ 등급에는 동양증권, 60점 미만의 ‘저조’ 등급에는 교보증권메리츠종금증권, 합병 이전의 한화증권과 한화투자증권, 현대증권이 이름을 올려 절반이상이 미흡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지난해에 비해 등급이 떨어진 증권사가 많았다는 것이다,

2년 연속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한 22개 금융사 가운데 등급이 하락한 업체는 총 9개사였는데 이 가운데 증권사는 신영증권(우수→양호), 동양증권(보통→미흡), 교보증권(보통→저조), 메리츠종금증권(양호→저조), 한화증권(양호→저조), 현대증권(보통→저조) 등 6개사가 속했다.

이는 올해 들어 펀드 판매가 급감하는 등 영업 환경이 악화 되면서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고객을 유치하려는 성향이 강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반영희 금융서비스개선국 국장은 “펀드판매 절차를 엄격히 적용할 경우 판매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고객은 돌려 보내야 하는데 펀드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창구에서 판매를 독려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러다 보니 투자위험이나 환매방법 등을 잘 설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부터 해당 점포에 대한 평가시기 및 평가기준에 대한 사전예고를 실시하지 않았고 평가등급을 4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하는 한편 점수폭을 축소한 데다가 계열사 고지 및 타 계열사 유사펀드 권유 등 평가 항목을 신설해 전반적으로 평가기준을 강화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자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도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가운데 금융당국의 평가 방법이 너무 엄격해 은행이나 보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아쉬워 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본사에서는 절차를 따르고 지키도록 지침을 내리고 있지만 매장에서 의욕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다보니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내부 교육을 강화하겠지만 너무 원칙을 지키다 보면 오히려 고객이 불편해 하는 경우도 있어 난감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평가 대상 판매사에 평가항목별 결과 및 전체 모범·미흡사례 등을 통보해 판매관행 개선에 참고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평가결과가 미흡하거나 저조한 판매사에 대해서는 판매관행 개선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해당 계획의 이행 여부에 대해 중점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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