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文)와 퇴로(安)가 없는 게임 … 단일화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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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15일, 후보등록 10일과 대선투표일 34일을 앞두고 문재인-안철수 후보간 단일화 협상이 잠정 중단되면서 대선정국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갔다. 관심은 안 후보측이 제시한 "진정성 있고 적절한 조치와 사과"에 대해 문 후보측이 수용할 것인가, 수용한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안 후보측에 '진정성'을 보일 것인가이다. 전날 안 후보측의 분위기만 본다면 단일화 무산 가능성마저 제기됐지만 문-안 후보측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조차 단일화 무산에 대해서는 확률이 극히 적다고 보고 있다.

후보등록까지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단일화 논의는 향후에도 한 두차례 이상 전날과 같은 파열음이 나올 수 밖에 없게 됐다. 감동적이고 극적인 해피엔딩은 이미 물 건너 갔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문-안 단일화 중단은 예측가능했던 사안으로 보고 있다. 문 후보는 128석의 야당 대선후보이고 안 후보는 시민사회의 '열망과 기대'로 차출된 무소속 후보다. 한쪽은 50년 역사의 기성정당이며 제1 야당이라는 거대세력이자 집권을 목표로 한 정당이며 다른 쪽은 조직과 사람없이 시작해 지금의 세(勢)를 갖춘 장외세력이다. 치열한 경선을 뚫고 대선후보가 된 문 후보로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안 후보에 대선후보를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심지어 다리마저 불사르고 온 안 후보로서는 퇴로가 없다. 안 후보측이 '안철수 양보론'에 발끈한 것도 퇴로와 출구가 없는 안 후보와 안 후보측을 흔들려는 의도로 본 것이다.

단일화 성패의 핵심은 양측간의 신뢰다. 안 후보측은 신뢰가 깨졌다는 입장이고 이를 복원하는 쪽은 문 후보측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문 후보측은 억울하지만 단일화 협상을 서둘러 재개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쪽의 신뢰에 금이 갔으니 하루 이틀 사이에 복원하기는 힘들어졌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과정의 경우도 양측이 합의문까지 발표했다가 여론조사 방식 유출 공방이 벌어지면서 협상이 깨지고 2차 협상단을 꾸리고 난 끝에서야 간신히 재합의에 이른 바 있다.

상호간의 신뢰의 결정체가 될 새정치공동선언문 발표도 불투명해졌다. 양측은 새정치공동선언문 합의가 도출됐음에도 두 후보 간 일정 조율이 안 돼 발표를 미뤄놓은 상태다. 문-안 두 후보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새정치공동선언문을 발표해야하나 당장 두 후보가 룰 협상 중단을 뒤로하고 이를 먼저 발표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안 후보측으로서는 이번 중단사태를 통해 자신들은 갖지 못한 정당조직의 위력을 실감했고 민주당의 구(舊)정치 행태를 절감했다. 향후 단일화협상의 전략과 전술을 대폭 수정할 수 밖에 없게 됐다.이에 따라 이날 이후의 전개상황을 예측해보면 문 후보측의 적절한 조치와 이에 대해 안 후보측의 수용을 통해 협상 재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후 새정치선언문이 발표되고 룰 협상을 통해 단일화방식의 합의가 이뤄지고 양측이 합의한 대로 25,26일 후보등록일 이전에는 단일화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그러나 문-안 후보측의 조율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룰 협상중단사태가 계속되면 이런 일정이 모두 지연된다. 단일화방식의 합의도출도 어려워진다. 결국 협상재개와 단일화방식 합의 모두 문-안 두 후보의 결단을 통해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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