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눈에 불 켰다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당분간 자본유출입 규제 3종세트를 강화할 생각은 없다"(10.25)
"환율 변화 속도 빨라… 필요한 조치가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11.11)

외환시장을 보는 당국의 눈이 매서워졌다. 당분간 규제 강화는 없다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입장을 바꿨다. 1080원대까지 떨어진 원·달러 환율이 당국의 개입을 부르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달 25일 "당분간 자본유출입 규제 3종세트를 강화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3종세트란 선물환 포지션 제한·외국인 자본투자에 대한 과세·거시건전성 부담금(은행세) 도입을 말한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언저리에서 움직이던 시기였다.

하지만 환율이 1080원대까지 밀리자 당국의 기류는 확연히 달라졌다. 박 장관은 11일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환율의 변화 속도가 빨라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종세트의 개선 방안 또는 미세 조정을 꾸준히 분석하고 여러 경우의 수에 대비해왔다"고 강조하면서 "(환율의)가파른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일부 조치를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는지 좀 더 깊이 검토해야겠다"고 덧붙였다. 강력한 구두 개입이다. 박 장관의 공세는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그는 12일 대구 패션단지를 찾아 "(환율 하락세가)더 가팔라지는 상황이 오면 실행할 수 있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크게 보면 여러 가지를 연구개발(R&D) 하는 단계"라고 말해 지난 달 언급했던 새로운 규제를 앞당겨 도입할 수 있다는 신호도 줬다. 당국은 수출기업 자금 담당자들을 만나 과도한 달러화 매도를 자제해달라는 의견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공동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두 기관은 이달 초 호주뉴질랜드은행 등 3곳을 집어 선물환 포지션 거래 등과 관련한 외환공동검사를 시작했다. 이달 중순 1차 조사가 끝나지만 상황에 따라 바로 결론을 낼수도 검사 대상을 확대할 수도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동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3종세트 규제 강화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필요하면 바로 조치가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추가 규제가 이뤄져도 3종세트가 전면 강화되는 것은 아니며 일부 규제를 강화하는 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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