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도 미술전시회는 열렸어요"

도덕교과서에 오른,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관장

김달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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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1952년이면 한국전쟁 전시(戰時)중인데, 그 당시에도 덕수궁미술관에서 벨기에 등 외국작품들의 전시(展示)가 있었다는 사실을 도록이나 신문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가 있다. 당시 초현실주의 추상작품들이 들어왔고, 서울에 이어 부산, 대구로 순회전시가 열릴 것이라고 보도됐다. 자료란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40년의 세월을 오롯이 미술자료 수집에만 바쳐온 이가 있다. '자신의 취미를 직업으로 만든 이'로 내년 중학교 도덕교과서(금성출판사)에도 소개되는 인물이다. 주인공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김달진 관장(사진·남·57).

지난 1일 그를 만나러 서울 홍대 인근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을 찾았다. 이곳은 그가 공들여 수집한 미술자료들이 수두룩한 박물관이자 열람실이다. 일제 강점기를 시작으로 출간된 미술관련 단행본, 정기간행물 자료부터 학회지, 논문, 도록, 팸플릿, 신문기사 스크랩과 함께 270여명의 국내 근현대 작가 자료가 축적된 파일들까지 방대하다. 특히 희소성이 큰 근대미술사 관련 자료들이 많아 공공기관에서도 문의가 쇄도한다. 이외에도 일본, 중국, 서양에서 발간된 미술 도서와 자료들도 일부 소장돼 있다. 4층짜리 건물에는 이처럼 단행본 2만1000여권, 간행물 1만600권, 학술지 1000여권, 논문 650권, 디지털 작품 이미지 1만190점 등 미술자료들이 총망라돼 있다.0여권, 논문 650권, 디지털 작품 이미지 1만190점 등 미술자료들이 총망라해 있다.

김 관장은 인터뷰에서 연신 자료의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무조건 오래됐다고 소중한 게 아니라, 그 자료에 어떤 의미부여를 하고 가치분석을 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어릴 적 취미로 모은 미술자료들이 결국엔 자료를 모으는 직업을 갖게 했고, 이를 분석해 다른 이가 풀어내지 못한 스토리텔링들을 만들어 냈다"고 자부했다.학창시절부터 40년 수집인생
일제강점기부터 근현대까지
간행물·단행본 등 자료 방대
2007년부터 일반인에도 공개


지난 4월 25일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열린 외국미술 국내전시 60년展 전시장 모습.

지난 4월 25일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열린 외국미술 국내전시 60년展 전시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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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관장은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한 집안의 막내로 어릴 적 일찍 어머니를 여의었다. 그는 조금은 조용하고 세심한 성격으로 중학생 시절부터 잡지나 신문 등에서 본 그림들이 좋았다. 그때부터 그림과 글을 오려 나름 스크랩을 해 자신의 미술 자료집을 모으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3학년때 경복궁에서 봤던 한국근대미술 60년展은 국내 화가와 작품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웠다.

이렇게 해서 고교 졸업 후 근무한 곳이 월간 '전시계'라는 미술잡지사이며, 기자로 근무했다. 이어 1981년부터는 과천국립현대미술관 자료실 직원으로 일하게 된다. 그곳에서 일한 게 15년. 꽤 긴 시간을 일하면서 미술계 동향과 역사, 자료에 능통하게 됐다. 미술계 인사들과도 두루 친하게 됐으며, 고(故)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과의 인연도 깊었다.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자료와 현장의 역사들을 꼼꼼히 기록하면서 끊임없이 기고해왔던 덕분이기도 하다.

이후 그는 단순한 자료담당자에 그치지 않고 뭔가 일반인들에게 더 널리 미술자료의 가치를 알리고 싶었다. 그런 바람이 2001년 김달진미술연구소 개소로 이어졌다. 이듬해 그는 내친 김에 '서울아트가이드'라는 무가지 월간 잡지까지 창간하게 되었고, 그동안 모아온 미술자료들을 모아 종로구 통의동에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도 개관한다. 2007년부터는 일주일에 세 번 월, 수, 금요일마다 일반에 자료관을 공개했다. 그의 자료들이 소장된 박물관이자, 일반인들이 쉽게 미술자료를 살펴볼 수 있는 열람실이 공존해 있는 곳이다. 박물관은 이후 2010년 마포구 청천동 홍대 인근 지금의 이곳으로 옮겨진다. 옥천에도 그가 보관해 둔 자료들이 있는데 4.5톤 수준이다.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한국미술정보센터' 건물.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한국미술정보센터'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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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곳에서는 자료만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미술사와 미술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유의미한 자료 전시회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올해에는 특히 외국미술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돼 온 역사를 한 눈에 찾아볼 수 있는 '외국미술 국내전시 60년展'이 열리기도 했다.

김 관장은 "내년에는 국내미술운동단체들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전시를 열 계획"이라며 "1957년 목우회, 1970년대 한국아방가르드협회, 1980년대 현실과 발언 등 민중미술운동 등 예전에는 단체를 통해 미술의 흐름이 이어졌는데, 이들이 어떻게 탄생하고 사라졌는지 살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끝으로 그는 "미술에 대한 관심이 대중화돼 가는 추세에서,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인정되는 자료를 분류하고 기록, 보존하는 아카이빙 작업은 중요한 과제"라면서 "미술아카이브가 미술품 진위를 밝히는 '카탈로그 레조네' 역할로도, 공공적 유산이며 기록물이라는 차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당부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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