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화학, 오너 손녀의 미스터리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마지막 개성상인, 1980년대 현금왕으로 유명한 윤장섭 성보그룹 명예회장의 손녀딸이자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맞며느리인 윤선영씨가 성보화학 주식을 대부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성보화학 거래량이 수백주에서 많아야 수천주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선영씨의 물량을 소화하는데 보이지 않는 손이 동원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윤 회장의 손녀인 윤정선 전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성보화학의 대주주 지분율은 최근 66.43%에서 65.05%로 1.38% 포인트 감소했다. 원인은 윤 회장의 또 다른 손녀인 윤선영씨가 보유 중이던 지분 2만7518주 중 단주인 8주를 제외한 나머지 물량을 23, 24일 이틀간 전량 매각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매도 과정에서 두가지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총 발행주식 수가 200만2000주에 불과한 성보호학의 하루 거래량은 보통 1000주 전후다. 많을 때가 3000주 수준이다. 25일 거래량은 160주, 거래대금은 480만원에 불과했다. 이 정도 거래량에 머물고 있는 종목에 이틀간 2만7000주가 넘는 물량을 내놓는다면 주가는 폭락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윤씨 물량은 23일 1만7510주, 24일 1만주가 무난히 소화됐다. 특히 24일에는 마이너스(-) 0.62% 하락 출발했던 주가가 10.06% 급등하며 마감됐다. 24일 거래량은 1만620주. 윤씨의 매도물량을 제외한 순수 거래량은 620주에 불과했다. 윤씨가 1만7510주를 판 23일 거래량도 2만620주에 불과했다. 23일 주가도 1.02% 하락하는데 그쳤다.

이틀간 윤씨의 물량을 받아 간 것은 소수의 개인투자자로 추정된다. 이틀간 매수의 대부분이 현대증권 창구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기간, 기관과 외국인의 매매는 없었다. 누군가 윤씨의 대규모 매도물량을 비교적 높은 가격에 받아줬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관련, 거래소측은 "특정인끼리 거래가 이뤄진 부분에 대해 검토해봐야 한다"면서도 "통정매매에 해당되는지는 또는 시세조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선영씨의 주식매도가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할아버지인 윤 회장의 자사주 사랑이 각별하기 때문이다. 1922년생으로 아흔의 나이지만 거의 매일 같이 계열사인 유화증권 주식을 산다. 보통 몇백주 단위지만 날마다 사다보니 윤 회장과 유화증권은 금융감독원 지분공시의 최대 단골손님이다. 할아버지와의 다른 행보 외에도 총 금액이 약 7억원에 불과한 주식을 '굳이 왜 팔았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선영씨는 지난 2006년 5월 윤씨는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장남인 정도씨와 2006년 5월 결혼한 바 있다.

증시 관계자들은 "어떤 이유로 주식매도 결정을 내렸는지 알수 없지만 할아버지는 자사주를 사들이는데 손녀가 지분을 털어냈다는 건 집안내의 결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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