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GI, 한국명칭 논란

출범 하자마자 연구소→기구로 이름 바뀌어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연구소'냐 '기구'냐.

한국이 주도한 의제로는 처음 생긴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기구(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이하 GGGI)가 출발하자마자 명칭 논란에 휩싸였다. 3년 가까이 써오던 국내명칭이 하루 만에 뒤바뀐 탓이다. 정작 해당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나 담당부처 공무원조차 이름이 바뀐다는 사실을 몰랐던 까닭에 GGGI를 둘러싼 잡음은 더욱 불거질 전망이다.GGGI는 2010년 6월 비영리재단법인으로 서울에 사무국을 두며 공식 출범했다. 앞서 2009년 12월 열린 국제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GGGI 설립을 천명했다. 이후 2년 10개월 넘게 국내에서는 이 기관을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라고 불렀다. 처음 구체적인 구상을 밝힌 이 대통령을 비롯해 이 기관 스스로나 외교통상부, 언론도 모두 연구소로 표현했다. 통상 국내에선 'Institute'를 연구소로 번역한다.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 국제기구로 다시 출범한 23일, 갑자기 이 기관의 국내 명칭이 '글로벌녹색성장기구'로 바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얘기를 전한 곳은 해당 기구나 외교통상부가 아닌 청와대. "그간 연구소로 번역했으나 국제기구화를 계기로 기구로 번역, 창립총회 시점부터 한글명칭은 글로벌녹색성장기구로 개칭된다"는 짤막한 설명만 전했다.

이 대통령이 개회식에 직접 참석해 기념사를 한 게 이날 오후. 대통령이 다녀간 후에야 해당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담당 공무원들은 이름이 바뀐 사실을 알았다. 해당기구에서 일하는 직원은 명칭이 바뀌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가 오가는 것 같다"고 답했다.관련부처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한 관료는 "청와대 쪽에서 그런 얘기를 전했는데 앞으로 따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명칭을 바꾸는 일이 윗선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걸 보여준다.

24일까지 열리는 이사회에서 기구의 명칭변경을 다룬 안건은 없다. 국제기구인 탓에 공식명칭은 변함없이 영어로 표기된다. 한 당국자는 "아무리 국내에서만 쓰는 이름이지만 이렇게 바꿔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서는 GGGI의 회계 불투명성, 홍릉 부지 획득과정, 부실한 사전보고서 문제가 가장 큰 화두였다. 일부 여당 의원들조차 "짧은 기간에 추진하다보니 예산, 장소에 무리가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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