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F유치]인천-정부 '환상호흡', 인천 '홀대론' 잦아들까

[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로 몇 년 째 '바람 잘 날 없던' 인천이 한껏 들떴다. 송영길 시장 취임 후 꼬일대로 꼬인 중앙정부와의 관계가 조금씩 매듭을 풀지 않겠냐는 기대감이다.

지난 20일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유치가 확정된 직후 정부와 인천시가 공동으로 연 기자회견에서 송영길 인천시장(왼쪽 첫 번째)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어깨동무를 한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인천시

지난 20일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유치가 확정된 직후 정부와 인천시가 공동으로 연 기자회견에서 송영길 인천시장(왼쪽 첫 번째)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어깨동무를 한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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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유치에 따른 유ㆍ무형의 효과와는 별도로 인천시가 가장 큰 기대를 거는 사안은 아시안게임이다. 그 중에서도 서구에 짓고 있는 주경기장이 최대 현안이다.

정부는 2007년 4월 인천의 아시안게임 유치 이후 줄곧 주경기장 신축에 반대해왔다. 2002 한ㆍ일 월드컵을 치른 문학경기장을 다시 쓰라는 요구였다. 지난해 뒤늦게 주경기장 신축을 허용한 뒤에도 정부는 국고보조를 사실상 '외면'했다.

총 건설비 4900억원 중 지금까지 정부가 지원한 금액은 150억원 뿐이다. 국회 심의를 앞둔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아예 주경기장 신축예산이 반영조차 안됐다. 정부의 기본적 기조는 '예산낭비' 우려였다.하지만 그런 명분을 내걸기엔 이미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는 지적이 많다. 인천아시안게임 개막까지 남은 기간은 이제 1년 10개월 남짓이다. 인천시는 우선 지난해 6월 주경기장 공사를 시작했다. 착공 시점이 이미 '절대공기'를 확보하기 힘든 때였다.

궁지에 몰린 인천시는 지난 5월 이후 '인천 홀대론'까지 들고 나와 정부와 노골적인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할 때 이번 GCF 사무국 유치는 호재 중의 호재다. 송영길 시장 스스로 사무국 유치를 앞두고 "인천시와 정부가 환상적으로 손발을 맞춰 공동의 목표를 위해 뛰고 있다"며 '돈독해진' 정부와의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사무국 유치가 확정된 지난 20일 현장에서 인천시와 정부의 '화해무드'는 최고조에 달했다.

GCF 2차 이사회가 진행 중이던 송도컨벤시아 대회의장 밖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송 시장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낭보'가 전해진 순간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두 번째 '깜짝 방문'은 정점을 찍었다. 사무국 인천유치가 공식 발표되기 직전 미리 소식을 접한 이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송도행'을 택했다. 한 달음에 현장에 달려온 이 대통령은 "수고했습니다"라며 송 시장의 등을 토닥였다.

송도컨벤시아 102호 회의실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선 이 대통령과 박 장관, 송 시장이 나란히 앉아 공식 발표를 함께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에도 송도를 방문해 GCF 이사국들에게 사무국 인천유치를 직접 호소하기도 했다.

이제 관심은 연말에 있을 국회 예산심의로 쏠린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주경기장 지원예산이 빠졌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충분히 예산반영이 가능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심의에서도 주경기장 예산을 뺐다가 국회의원들의 요구로 150억원을 배정한 바 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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