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 기업 어려울수록 더 필요한 동반자 의식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관포지교(管鮑之交 )'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에 살았던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의 사귐이란 뜻으로 형편이나 이해 관계에 상관없이 친구를 무조건 위하는 두터운 우정을 일컫는다.

최근 한 중견기업의 홍보임원에게 한 통의 메일이 왔다. 회사를 떠나면서 남긴 작별의 글이다. 그는 이같이 회사를 떠난다는 말과 함께 웅진그룹에서의 30년 근무를 마감했다. 이 임원은 웅진그룹과 희노애락을 함께 한 산증인이다. 윤석금 그룹 회장의 최측근에서 홍보와 비서업무를 겸하면서 그 누구보다 윤 회장의 경영철학을 잘 이해했고 이를 회사 안팎으로 제대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기업에 매출 6조원대의 그룹의 성장한 웅진그룹의 역사에서 그와 윤 회장은 30년간 미래를 향해 뜻을 같이 한 동반자였다.

이 임원은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고 웅진폴리실리콘마저 매각을 검토하는 등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을 떠났다. 웅진에서 인생의 반 이상을 보냈고 그 누구보다 회사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그가 이 힘든 시기에 그룹을 떠난 데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퇴사가 자의든 타이든 착잡한 표정을 감출 수 없다.

최근 2년새 국내 굴지의 중견기업들 가운데 회사의 지속성장을 함께 한 소중한 동반자를 떠나보내는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지속성장하는데 악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웅진그룹처럼 출판교육사업으로 시작해 연매출 1조원이 훌쩍 넘는 기업으로 지속성장한 교원그룹은 올해 6월 큰 내홍을 겪었다. 그룹의 시작과 성장을 함께 해온 회장과 부회장이 법정 소송을 벌이며 서로에게 비수를 꽂은 것이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과 이정자 전 부회장은 1985년 그룹의 모태인 중앙교육연구원을 함께 설립했다. 이후 그룹의 양대 축이자 동반자로서 서로를 의지하며 기업을 크게 일궈냈다. 하지만 소통과 믿음의 문제로 인해 30년지기인 장 회장과 이 부회장은 불편한 관계로 남게 됐다. 또 이 부회장과 함께 그룹의 성장을 견인해 온 일부 임원들이 떠난 것도 교원그룹에는 손실이다.

유진그룹도 신성장동력의 일환으로 인수한 하이마트와 경영권 분쟁을 놓고 다툼을 벌이다 결국 올해 7월 하이마트를 매각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이마트를 인수한지 4년 만이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은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해 동반자로 뜻을 함께 해야 했다. 하지만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채 서로 법정에 서게 되는 악연이 돼 버렸다. 이에 따라 유통사업 등을 확대해 2020년까지 20대 그룹에 진입한다는 유진그룹의 목표도 흔들리게 됐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나아가 대기업으로 지속성장하는 과정은 매우 험난하고 힘들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수많은 임직원들이 새로 입사하면서 조직 내 소통에 갈등이 생기고 의견차이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심각할 경우 기업의 미래를 함께 하면서 힘을 더욱 모아야 할 동반자들이 각자의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기업의 성장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매우 안타깝다.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진입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그만큼 멀어지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자들의 마음속에 관포지교의 믿음이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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