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단속 비웃는 테마주의 풍선효과

[아시아경제 전필수기자]정치테마주에서 개인투자자들이 1조5000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금융감독원 발표가 나왔던 24일, 안철수 테마주의 원조격인 안랩 과 문재인 테마주의 대표주자 에스메디 이 나란히 하한가를 기록했다.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되는 비트컴퓨터 등도 연일 하락세였다.

24일 동반 급락했지만 올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정치테마주들은 지난 18~19일부터 이상 조짐을 보였다. 안랩은 18일부터 하락세로 돌아섰고, 우리들생명과학과 비트컴퓨터는 19일부터 하락반전했다. 지난 3월 대대적 단속 결과 발표 이후 틈날때마다 강조해 온 감독당국의 단속 효과가 나오는 듯 했다. 테마주들이 동반 하락하자 시장에서는 감독당국의 대대적 조사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며 관련주들이 추가로 하락하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선발 정치테마주들의 동반급락하는 와중에 또 다른 정치테마주들은 동반 급등했다. 가장 대표적인 테마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련주들이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19일부터 SNS 테마주들은 랠리를 펼쳤다. 오늘과내일 은 19일부터 24일까지 4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했다. 이루온, 가비아, SK컴즈 등도 이 기간 급등세를 보였다. 안 원장이 노인복지를 강조하자 메타바이오메드 등 노인복지 관련주들도 덩달아 시세를 냈다. 노인복지테마는 과거 박근혜 테마주였다.

감독당국의 단속강화에 정치테마주 광풍이 꺾이는 게 아니라 사돈의 팔촌을 이어붙이는 식의 인맥테마주에서 정책테마주로 옮아가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매개로 엔터주로도 수급이 몰리고 있다. 싸이의 소속사 와이지엔터의 창업주 양현석 대표의 지분가치가 3000억원을 돌파했을 정도다.문제는 이같은 테마주 열풍에서 실적은 철저히 계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싸이 열풍에 시가총액은 3000억원 이상 증가했지만 와이지엔터가 강남스타일 덕에 버는 돈은 100억원 안팎이란게 증권가의 일반적 분석이다. 정치테마주는 아예 예상실적조차 언급되지 않는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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