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외국인학교는 어떻게 '귀족학교'가 됐는가

[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외국인 학교 부정입학 사태가 정관계로 확산 일로다. 24일 국무총리의 조카 며느리, 재벌가 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면서 파장은 더욱 거세다.

이같은 사태는 '무분별한' 내국인 입학 허용에서 시작됐다. 그 기원은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국인 학교가 정부로부터 정식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은 게 이 때다. 당시엔 내국인 입학 비율 제한이 없었다. 자녀를 해외 대학에 진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은 본격적으로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내국인 입학 제한했다지만 = 입학경쟁이 치열해지자 정부는 10년 만인 2009년 관련 규정을 신설해 내국인 입학 비율을 정원의 30%로 제한했다. 본래 취지대로 외국인 자녀 위주로 학교가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내국인 자녀의 입학 관문은 여전히 넓었다. 현재 운영 중인 49개 학교 중 실제 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를 기준으로 내국인 비율이 30%를 넘는 곳이 12곳에 이른다.

교육과학기술부 집계 결과 인천 청라달튼외국인학교의 경우 전체 재학생 106명 중 89명, 84%가 내국인 학생이다. 인디안헤드외국인학교도 내국인 비율이 81.6%에 달한다. 다음은 광주외국인학교 79.8%, 하비에르국제학교 70.4%, 지구촌기독외국인학교 69.6% 등의 순이다. 대부분 외국인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신생학교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무늬만' 외국인 학교란 비판이 불가피한 수준이다. '정원'의 30% 이내에서 내국인 입학을 허용한다는 규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 '느슨한' 입학자격 문제도 여전 = 입학자격도 문제다. 부모 중 한 명만 외국 국적을 갖고 있으면 그 자녀는 국적 상관없이 입학이 가능하게 돼 있다. 복수국적자이거나 순수 내국인인 학생, 부모가 둘 다 내국인이면서 본인이 외국국적자인 학생들은 외국에서 3년 이상 살다온 게 입증되기만 하면 된다.

외국인 학교와 쌍벽을 이루는 외국교육기관(국제학교)에선 이런 자격조차 없다. 외국에 국적이나 연고, 거주경험이 전혀 없는 '순수' 내국인도 정원의 30% 범위 안에서 시험만 치르면 입학이 가능하다.

외국교육기관의 정원 규정은 더 느슨하다. 외국교육기관에선 당초 외국인 학생이 있다는 전제 아래 내국인 입학이 재학생의 30%로 제한됐다. 그러나 2009년 관련법규가 바뀌어 5년 동안만 '정원의 30%'까지 내국인 입학이 허용됐다. 그러더니 이후 5년 한시조항마저 삭제됐다.

외국인 학교가 당초 취지를 벗어나 해외 조기유학의 '대체제'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은 교과부도 인정한다. 그러나 악용은 어디까지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교과부 글로벌 인재협력팀 관계자는 "일부 사회 유력층들의 입학 부정행위는 '법을 어긴' 일이다. 현행 외국인 학교 운영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부정입학이 일어났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며 "부정입학 사태 재발을 위해 외국인 학교들로 하여금 좀 더 투명하게 학생을 선발하도록 현재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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