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흠집내기용 증인채택도 난무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다음 달 5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의 국감 증인 채택 신경전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감정에 기대 재벌 총수나 CEO를 대거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상대 당의 대선후보에 흠집을 내기 위한 노골적인 증인채택 시도로 상임위 회의가 무산되기도 했다.
21일 여야 의원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민주통합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다수의 재벌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등과 관련해 시중은행장을 불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당은 통신요금 체계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이석채 KT 회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할 방침이다.이 같은 움직임에는 대선 시즌에 경제민주화 이슈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재벌 총수를 향한 국민감정을 자극해 표로 연결짓겠다는 포석이다. 19대 국회가 '대기업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노골적으로 상대 당 대선후보를 겨냥한 증인 신청 공방도 이어졌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그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를 불러낼 태세다. 박 후보의 조카사위인 박영우 대유신소재 회장도 증인 채택을 추진 중이다. 정수장학회의 설립·운영에 대한 감사를 위해 최필립 이사장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도 '맞불 작전'으로 대응했다. 새누리당은 취업 특혜 의혹이 제기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아들을 국감장으로 불러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당내에서는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를 국정감사 증언대에 세우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의 핵심관계자는 "대선후보를 국감장에 부르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여러 의혹들을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검토 사실을 시인했다.증인 채택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당 지도부가 나서 자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진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감 대책 간사단 회의에 참석해 "이번 국감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국감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에야말로 민생을 살피는 국감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문 후보의 대선기획단에 참여한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도 같은 날 "대선 후보를 국감의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은 지나친 정치적 행위"라며 "이런 구태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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