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 안된다는 삼성 '폭탄주'는 괜찮다지?"

"폭탄주, 과거 많이 마시기 위한 방법에서 지금은 즐기는 방법으로 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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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삼성그룹이 종합 음주문화 캠페인 전개에 나서며 '벌주', '원샷', '사발주'를 3대 음주악습으로 규정하고 금기사항으로 선포한 가운데 캠페인 내용 중 '폭탄주 금지'를 제외해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음주 문화의 패턴으로 자리잡은 건배사 자제 배경도 관심거리다.20일 삼성그룹 관계자는 "과거 폭탄주가 양주에 맥주를 섞어 마시며 더 많이 술을 마시기 위한 방법중 하나로 여겨졌을때는 폭탄주를 금지했었다"면서 "지금은 폭탄주가 즐겁게 마시기 위한 방법으로 여겨져 음주문화 캠페인에서 금기사항으로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건배사는 술을 많이 마시는 수단으로 여겨져 이번에 자제 대상에 포함됐다. 삼성 관계자는 "건배사 후 참석자 전원이 마시는 문화가 고착돼 있다"며 "건배사가 음주를 강권하는 것으로 판단, 지양시켰다"고 설명했다.

삼성도 2000년대 초반에는 폭탄주를 마시기 위한 방법으로 보고 잘못된 음주문화의 대표 사례로 여겼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04년 경영진과의 회의석상에서 "세계 일류기업 중에서 아침부터 술 냄새 풍기며 출근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기업은 없다"며 폭탄주 금지령을 내렸다.

이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에는 '자폭주(自爆酒)'라는 포스터가 붙었다. 폭탄주는 폭음, 술잔 돌리기, 2차 등 각종 음주 악습 중 가장 첫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폭탄주의 끝은 패가망신'이라는 구호도 삼성그룹내에 만연했다.

삼성그룹의 절주 운동은 오래가지는 못했다. 술자리를 업무의 연장선으로 이해하고 주량을 곧 능력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도 여전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흘러가며 기업들의 음주 문화도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1, 2, 3차까지 술자리를 바꿔가며 '부어라 마셔라' 하던 술 문화는 저녁을 먹으며 반주를 곁들이는 음주문화로 바뀌고 있다. '주량이 능력'이라는 분위기도 급변하고 있다.

폭탄주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값비싼 양주를 많이 마시기 위해 맥주를 섞었던 종전과 달리 소주에 맥주를 간단히 섞어 마시는 '소맥'이 반주로 곁들여지며 음주악습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벗게 됐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종합 음주문화 개선 캠페인의 취지는 음주로 인한 각종 폐혜를 줄이기 위해 '절주'를 하자는 것"이라며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술이 필요없는 회식 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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