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화 국제화, 멀지만 가야할 길

[아시아경제 ]정부가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발발로 중단했던 원화 국제화 노력을 중국 쪽으로 재개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ㆍ중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해 양국 기업이 서로 자국 통화로 무역결제를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엊그제 밝혔다. 정부는 이르면 연내 시행에 들어간다는 목표로 중국 당국과 이에 관한 실무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양국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 인민은행은 대외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는 장치로 64조원(3600억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약을 맺어 놓았다. 두 중앙은행이 이 자금의 일부를 시중은행에 빌려주면 시중은행이 그것을 다시 자국 기업에 빌려줘 수출입 결제에 사용하게 한다는 것이 양국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외 원화결제 선도기업을 지정하고 지원함으로써 원화결제 수요를 늘려나가기로 했다. 또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 수출을 하고 대금으로 받은 원화를 국내 증권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손질할 방침이다.정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일련의 조치로 원화 국제화가 단박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통화스와프 자금이 지원되지 않더라도 중국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개인과 기업이 원화를 믿고 보유하려 하고 각국 정부가 원화를 대외 준비자산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비로소 원화 국제화가 실현된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나라 경제가 웬만한 국제 금융위기나 경제위기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만큼 강해져야 한다. 일본이 오래 전부터 엔화 국제화에 나섰으나 경제침체 장기화로 엔화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잃은 탓에 실패하고 만 것이 반면교사다. 또한 원화가 무역결제용 통화로만이 아니라 투자용 통화로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야 원화의 진정한 국제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지금 우리 형편에서는 요원하게만 보이지만, 우리는 그 머나먼 길을 가야 한다. 우리의 경제적 삶이 해외의 변수에 휘둘리지 않게 하고, 우리 기업이 더욱 활발하게 해외에 진출하게 하려면 그래야 한다. 한ㆍ중 간 상호 자국통화 무역결제 확대는 그 길로 가는 작지만 중요한 한 걸음이다. 마침 중국도 약세 통화인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위안화 국제화 노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으니, 잘만 추진하면 양국이 서로 윈윈하는 통화협력의 이정표를 이번에 새로 세울 수도 있겠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