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먹거리 기업의 '루머 눈물'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우리 속담에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다. 별다른 근거 없이 툭 던진 말에 당사자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거나 수렁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식음료업체가 그렇다. 각종 루머로 실적은 악화되고, 이미지는 멍들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롯데주류는 올해 초 악성 루머와 처음처럼의 알칼리 환원수 유해성 논란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최근 법원의 승소 판결로 논란에서 벗어났지만 회사는 이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 뒤였다.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수익은 악화됐다.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로 대표 소주인 '처음처럼'의 시장점유율은 15%대에서 14%대로 1%포인트 가까이 하락했고, 매출은 5% 가량 줄었다. 이에 앞서 SPC그룹도 악성 루머로 어려움을 겪었다. '파리크라상의 일부 제품이 일본산 밀가루로 만들어졌고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루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빠르게 퍼지며, 경영에 타격을 입힌 것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역시 녹차 제품에 쓰는 일본산 녹차가루 때문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1963년 국내에서 라면을 최초로 생산하며 오랫동안 라면 본가로 군림하던 삼양식품이 1989년 공업용 우지를 원료로 이용했다는 '우지파동' 사건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른 사건은 최근에도 회자되는 대표적인 피해사례다. 이 사건은 1995년 무죄로 결론났지만 삼양식품에게는 씻을 수 없는 아픔이자 상처가 됐다. 당시 50%를 넘던 삼양식품의 시장점유율은 10%대 안팎으로 추락, 지금까지 라면 본가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침묵은 금(金), 웅변은 은(銀)'이란 격언이 있고,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다름아닌 '세치의 혀' 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말을 할때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깊게 생각하고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을 가슴 깊이 되새겨 봐야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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