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훈련으로 어머니병상 못지킨 공무원의 '안타까운 사연'

【수원=이영규 기자】을지훈련 중 어머니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도 자리를 뜰 수 없었던 경기도청 공무원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공직사회가 숙연해지고 있다.

가슴 아픈 사연의 주인공은 경기도청 비상기획담당관실에 근무하는 양종길 주무관(41ㆍ지방행정 6급). 양 주무관은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을지훈련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았다. 몇 달을 준비해 온 을지연습이 시작되던 지난 20일. 양 주무관은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대수술을 받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형제들로 부터 전해 들었다.

그러나 업무상 을지훈련 진행과 평가과정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은 양 주무관은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어머니의 병상을 지키라는 직원들의 권유도 있었지만, 양 주무관은 마지막 날까지 도청 인근 여관에서 숙박하며 연습과정을 꼼꼼히 챙겼다.

그러던 지난 23일 오전. 막바지 훈련을 챙기던 양 주무관에게 비보가 날아왔다. 어머니가 위독해 하루를 넘기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다급해진 양 주무관은 이 사실을 주위 동료와 과장, 계장에게 이야기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그는 을지훈련으로 어머니 병상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만은 지켜볼 수 있었다.경기도 비상기획담당관실 관계자는 "어머니가 위급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자신의 일을 하는 양 주무관을 보면서 이 시대의 공무원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 주무관은 지난 2001년 경기도 남양주군 별내면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8월 비상기획담당관실에 발령받아 각종 비상대비 훈련을 총괄담당 하고 있다. 올 초부터 을지연습 준비에 혼신을 다해왔다.



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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