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건설 또 차질...민간업자 원전 진출 부추기나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발전 설비 건설이 잇따라 지연 또는 취소되면서 정부의 당초 '전력 수급 로드맵'에 차질이 생겼다. 해마다 전력소비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전력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전 설비 건설까지 차질을 빚어 앞으로 전력수급에 더욱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22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13~2027년에 준공하려고 계획했던 발전설비 가운데 원자력 10기와 조력 1기가 지연 또는 취소됐다.한수원은 2016년 6월과 2017년 6월에 각각 준공할 예정이었던 신울진 1ㆍ2호기의 건설허가 취득이 늦어지자 준공 계획을 10개월 늦췄다. 이들 발전 기기는 앞서 한 차례 준공 일정을 6개월 미룬 바 있다.

신울진 3ㆍ4호기와 신고리 5ㆍ6호기는 적정 사업 관리기간 확보, 인허가 지연 등의 이유로 준공 예정 시점이 1년씩 차례로 밀렸다.

또 한수원은 모듈 공법으로 지으려던 신고리 7ㆍ8호기를 공간 확보 문제 때문에 백지화하고 해당 토지를 예비 부지로 편입하기로 했다. 전원개발 실시 계획 취득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인천만 조력도 애초보다 3년 정도 늦춰 2020년 6월에 준공하기로 했다.지연ㆍ취소된 설비의 용량은 모두 합해 1272만㎾로 현재 국내 전체 전력 설비용량(8155만2000㎾)의 6.4% 선이다.

이처럼 한수원의 발전설비 공급 계획이 잇따라 틀어지면서 앞으로 전력 수급 계획에도 차질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건설 설비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13년 후반에 발전소가 대량 가동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력 부족은 2014년부터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전력수급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반면 전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발전설비는 절대적인 부족현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전력 최대수요는 지난 2008년 이후 3년간 15% 이상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에 발전설비 용량은 5%가량 늘어나는 데 그치며 수급상에 불균형을 보였다. 이로 인해 발전설비 예비율은 2008년 12%에서 지난해 4.1%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발전 설비 건설마저 잇따라 차질을 빚으면서 전력 수급난을 더욱 가중 시키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인허가 지연이 많아 사업 여건을 고려해 일정을 조정하거나 취소했다"며 "전력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전력거래소와 정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민간 사업자의 원전 사업 진출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2년마다 전력수급계획을 세울 때 진행 상황을 평가해서 진전이 없으면 계획에서 제외하고 다른 설비를 반영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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