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구속영장 청구되자 680억 송금, 檢 증거채택 신청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SK그룹 회장 형제가 나란히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검찰이 이들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자금 흐름에 대한 증거채택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20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윤석열 부장검사)는 재판부에 해당 증거의 채택을 신청하며 변호인 측에 증거 제출에 대한 동의 여부를 밝힐 것을 지난달 23일 요청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증거는 지난해 12월 검찰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로 이튿날 최재원 수석 부회장(49) 계좌에서 수표로 인출된 680억원이 SK회장 형제의 선물투자 대리인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51)의 계좌로 입금된 내역이다. 검찰은 SK그룹 회장형제를 재판에 넘기며 동생 최 부회장만을 구속기소했지만, 법인자금이 빼돌려진 과정을 사실상 형 최 회장이 주도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동생 최 부회장에 대한 구속수사가 이뤄지기 직전 거액이 오간 정황이 실상 투자금이 빼돌려진 과정을 최 회장이 주도했다는 정황을 뒷받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양형자료로 공소사실 입증에 필요한 자료”라며 “범죄행위와는 직접적으로 무관한 금전거래로 보여 공소사실에선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공판을 거치며 횡령을 유죄로 판단하더라도 누가 범행을 주도했는지, 피해의 변제가 이뤄졌는지 여부 등은 실제 형량이 결정될 때 주요한 판단요소로 작용한다.

앞서 최태원 회장(52)과 동생 최 부회장은 SK계열사 18곳의 베넥스 인베스트먼트에 대한 투자금 2800억원 중 497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당시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을 통해 투자금 가운데 일부가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46)의 차명계좌를 거쳐 김원홍씨에게 건너간 뒤 선물투자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횡령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김씨가 중국에 머물며 신병확보에 난항을 겪자 기소중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이원범 부장판사)는 변호인 측의 동의 여부를 확인한 뒤 증거 채택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SK그룹 회장 형제의 다음 공판은 오는 2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SK그룹 측은 문제의 자금거래에 대해 법인자금과는 무관한 사적인 거래관계에 따른 ‘정산금’ 명목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SK측의 법정공방이 장기화됨에 따라 SK회장 형제에 대한 결심공판은 이르면 다음달께 이뤄질 전망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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