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경제민주화·보수대연합 갈등 봉합할까?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새누리당의 오는 20일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선경선 후보가 무난히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경선 이후 박 후보의 행보가 관심을 모은다. 경제민주화를 중심으로 한 의제 다툼, 당내 비박(非박근혜) 세력과의 관계설정 등이 박 후보의 과제로 지적된다.

◆경제민주화 기조,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경제민주화라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박 후보는 지난해 말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이끌면서 경제민주화를 새 기조로 내세웠고 의제의 설정 및 선점 작업에서 야권에 다소 앞서온 것으로 평가받는다.문제는 최근 당내에서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엇박자가 점점 커진다는 점이다. 박 후보 대선경선 캠프의 최경환 총괄본부장은 지난 16일 "(경제민주화를) 대선 때까지 끌고 갈 수 없다"고 말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경제민주화의 '전도사'이자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을 몇 차례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이한구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재벌을 손본다고 양극화가 해소되느냐"며 경제민주화에 입각한 정책 구상에 대한 경계심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19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제민주화를 하고 대기업이나 재벌을 규제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로 볼 수 없다"며 "우리 당의 정체성, 보수적 정치세력으로서의 가치지향을 지키느냐 허무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친박(親박근혜) 핵심으로 분류되는 이혜훈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라디오 방송에서 이같은 기류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은)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과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때 경제민주화를 공약했다. 그리고 총선이 끝나자마자 제일 먼저 약속했던 것들을 법안으로 제출해 실천해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 갈등, 인적 갈등으로까지 번질까? = 대선 정국을 이끌 화두인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이같은 잡음은 박 후보의 본선 캠프 인선 문제와 연결되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당내 비박 인사들과 김무성 전 의원 등 모든 세력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보수대연합' 구상은 이런 갈등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박 후보의 경선 경쟁자인 김문수 후보의 경우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 다소 비판적이며 새누리당의 전통적 경제기조를 더욱 중시하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왔다. 대선 승리를 위한 필수 카드로 당내 일각에서 거론되는 김무성 전 의원도 박 후보가 견지해온 경제민주화 기조를 온전하게 체화할 수 있을 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혼란은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난 상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지난 16일 라디오 방송에서 "김무성 전 의원이 캠프에 들어와서 특별히 대선에 대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은 너무 과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비대위원은 또 "(캠프에) 사람이 많다고 해서 표가 많이 모이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며 '끌어안기'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제민주화를 중심으로 지금껏 이어온 흐름이 자칫 무너져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비대위원과 함께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사덕 전 의원은 반대로 '보수대연합' 행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지난 17일 이회창 전 총재, 김영삼 전 대통령 등을 만난 홍 전 의원은 앞서 비박 핵심인 이재오 의원도 만난 바 있다. 그는 최근 잇따라 '덧셈론'을 펼치며 '보수대연합'을 주도하고 있다.

최경환 본부장은 지난 16일 "가까이 있는 사람,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부터 먼저 덧셈을 하고 현재 면면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외부 세력을 영입하는게 선거의 ABC"라며 '보수대연합'에 힘을 실었다.

박근혜 후보가 지난 17일 "모두 다 끌어안고 같이 간다는 것이 저의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상황정리에 나섰지만 갈등이 그리 쉽게 봉합되지는 않을 것이란 우려가 당내에 남아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박 후보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캠프의 공동 좌장 두 명과 주요 인사들의 생각이 너무 확연하게 갈라져 있다"며 "돈 공천 파문 등 네거티브 요소가 많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지가 박 후보의 중요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