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더 고독했던 때는 없네' 고트프리트 벤

8월처럼 고독했던 때는 없네/성숙의 계절, 땅에는
붉은, 황금빛의 신열/그런데 그대 정원의 즐거움은 어디에 있는가? … 모든 것이 행복을 통해 드러나는 곳,/술냄새 속, 물건 소리 속에/시선을 나누고, 반지를 나누는 곳에서/그대는 행복의 적인 정신에 몸두고 있네.

■ 독일은 8월이 초가을인가 보다. 즐거운 자연의 소음들. 고독이란 저 떠들썩함 속에서 더욱 깊게 아프게 상감된다. 술냄새와 물건소리, 그리고 오가는 시선과 반지를 나누는 일은 저 자연의 축제를 반기는 인간의 몸짓들이다. 청춘남녀들의 사랑과 결혼. 그 속에서 시인은 말한다. 8월처럼 고독했던 때는 없네. 진정으로 세상과 교신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괴로움은 젊은 시절 한때가 아니라, 돌아보면 내 삶을 관통해온 지병같은 것이었다. 잠깐 세상의 행복을 빌려입어 우쭐거리다가도 천길만길 우울과 환멸의 낭떠러지에 매달리던 게 내 정신의 풍경이었다. 아름다울 수록 쓸쓸해지는 내 불모의 고독에 잠깐 볕이 비친 듯 이 시는 다가온다. 끊임없이 불화해온 세상에 대한, 고요한 저 시선이 나를 사로잡던 그 무엇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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