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연내에 국가신용등급 '더블에이(AA)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 빚잔치 중인 그리스·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이 추락하면서 독일·네덜란드 같은 우등생 그룹의 신용등급 전망까지 줄줄이 떨어지고 있는 탓이다. 강력한 외풍(外風) 앞에 우리 정부는 사실상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대한 희망을 내려놨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다.
여전히 진행 중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위기를 문제 삼아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내리 사흘째 신용등급 트리플에이(Aaa·최고 수준) 국가와 기관의 등급전망을 끌어내렸다. 무디스는 23일(현지시간) "재정위기를 겪는 유로존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면서 독일·네덜란드·룩셈부르크 같은 신용등급 최상위 국가들의 등급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다.
등급전망은 1년에서 1년 반 안에 평가대상의 신용등급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신호다. 이게 내려간다는 건 '상황에 따라 신용등급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다.
무디스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과 유로존의 자금지원을 염려한다고 했다. 씨티그룹 등은 길어도 1년 반 안에 그리스가 유로존을 빠져나갈 것으로 점친다. 유로존이 유지돼도 신용등급 최상위 국가들의 재정부담이 폭증해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보인다.무디스는 이런 여건을 언급하면서 25일에도 독일 지방은행 17곳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IKB 도이체인더스트리방크와 도이체포스트방크처럼 잘 알려진 은행들도 포함됐다. 같은 날 미국의 중견 신평사 이건존스는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B+(투기 등급'에서 'CCC+(지급 불능 가능성 있음'로 세 단계 강등했다.
자고 나면 떨어지는 유로존의 신용등급을 보며 당사자만큼이나 안타까워 하는 건 우리 정부다. 주요 수출 시장이 휘청여 성장 전망이 나빠지면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3대 신용평가사 중 무디스와 피치는 각각 올해 4월과 지난해 11월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높여 연말쯤 반가운 소식이 들려올 거라는 희망을 줬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 정부 임기 내에 신용등급 더블에이 시대를 열고 UN녹색기후기금(GCF) 본부를 유치하기 위해 뛰었지만, 적어도 전자에 대한 기대는 내려놔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독일같은 나라의 등급전망이 떨어지는 지금 우리만 신용등급이 올라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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