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죽이기 바로보자]"삼성·월마트·BMW 생존력은 오너십" 外誌분석

-日 언론들 "신속한 경영전략, 한국기업 배우자" 보도
-인정적 리더십 장점...전문경영인은 도덕적 해이 유혹
-국내서 "오너리스트" 매도...맹목적 추종분위기는 깨야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삼성, 월마트, BMW 등 오너가 경영하는 기업이 대내외적 위기에 더 나은 성과를 거둔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이 지난 2011년 특별판을 통해 언급한 내용이다. 오너경영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한국의 분위기와 상반된 모습이다. 최근에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와 경기둔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의 오너기업들을 재조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한국 오너기업에 대한 재조명은 일본의 기업과 언론이 가장 적극적이다. 장기침체에 빠진 것은 물론 한국기업에 선두자리를 내준 일본의 기업들은 그 원인으로 자사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뛰어넘는 한국의 오너경영을 꼽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 대상은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0년 '한국 기업에 배우자'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성장비결 중 하나로 '신속한 경영전략'을 꼽았다. 이 신문은 “신속한 의사결정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아 들어가고 있다”며 오너 중심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산케이, 아사히, 마이니치 등 일본의 다른 언론들도 “일본 수출에 적신호가 울렸다”는 제목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표적인 전자, 자동차 기업들의 경쟁력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실제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경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투자를 확대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브라질에 공장 설립계획을 발표한 시기도 이 즈음이다.

경기침체에 신음하고 있는 유럽에 대한 투자확대도 마찬가지다. 푸조, GM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인원 및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들어갔지만 현대차 만큼은 유럽 지역의 딜러망을 확대하고 유럽 현지 전략차종을 개발해 판매에 나섰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일선에 복귀한 2010년에도 글로벌 투자회사와 외신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이건희 회장 복귀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성장에는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수의 글로벌 투자회사들도 과감한 신규 투자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이후 투자 규모를 사상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계열사 구조조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고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지난해부터는 '위기론'을 앞세워 긴장감을 불어넣은 결과 아이폰의 공세를 물리치고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다.

해외 외신과 전문가들은 한국 오너기업의 장점 중 책임경영을 가장 핵심으로 꼽는다. 한때 영미식 전문경영인 체제가 선진기업과 후진기업의 판단 기준이 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전문경영인들의 '도덕적 해이'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며 오너경영의 장점이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기업 대표는 한국의 최상위 오너기업들의 경우 상당히 성숙한 수준이라며 최근 정치계의 재벌개혁 공약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크레디트스위스, 언스트앤드영 등 투자 및 컨설팅 회사들 역시 지난해 이후 상대적으로 우수한 오너기업의 실적과 안정적인 리더십 등을 재조명하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언스트앤드영은 “오너경영의 장점은 전문경영인 체제보다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며 “위기에도 핵심인력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적다”고 평가했다.

다만 외신 등 해외 전문가들은 오너경영의 장점에 공감하면서도 맹목적인 추종에는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기업들이 오너경영을 통해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면서도 오너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일본의 “고의적인 한국기업 흠집내기”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지만 이 같은 지적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가 더 우세하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가 전반적으로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있는 가운데 오너기업의 책임경영이 오히려 시장과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했던 오너경영에 대한 흑백논리를 떠나 한국형 오너경영 모델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계를 대표하는 집단도 오너경영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를 의식해 해외 유수 평가기관들의 분석을 기초로 인식변화를 꾀하고 있다. 전경련은 “해외 유수의 경영컨설팅 업체 연구 결과 가족지배기업 경영성과는 창업주 세대일 때 가장 좋고, 승계 이후에도 설립자 가문이 계속 이사회나 감독위원회 등에서 활동해야 성과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업자 가족이 이사나 대표가 아닌 단순한 대주주에 머물 경우 경영실적은 다른 비가족지배기업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한다”며 “기업이 오너 일가에 의해 지배된다는 사실이 오너리스크로 지목되면서 성과 또한 평가 절하하는 국내의 일부 인식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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