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 前 비서실 과장, "비자금 어디로 갔는지 몰랐다"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17대 대선 당선축하금 의혹과 맞물려 다시 주목받는 신한은행 비자금 관련 조성과정에 관여한 직원들도 비자금의 행방을 몰랐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설범식 부장판사)는 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상훈 전 신한은행장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윤모 전 비서실 과장은 3억원의 행방을 묻는 검찰측 신문에 "몰랐다. 비서실장이 얘기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전 과장은 "소문으로도 몰랐다”며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돈이 전달됐다는)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2010년 신한은행 비자금을 수사하며 이희건 당시 신한은행 명예회장에 대한 자문료 명목으로 매년 1억8000만~5억4000만원이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이 조성된 것으로 파악했다. 윤 전 과장은 2005~2009년 신한은행 비서실에 근무하며 이 명예회장 명의 경영자문계약서 작성 및 계좌 개폐 업무를 맡는 등 비자금 조성 과정에 관여한 인물로 지목된 바 있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조성된 비자금의 성격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검찰 측은 신 전 행장이 개인적인 용도로 빼돌린 돈이라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 측은 정상적으로 지급된 자문료라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신 전 행장의 비자금이라고 진술했던 윤씨는 이날 "비자금의 뜻도 모른다면서 왜 비자금이라고 진술했냐"는 변호인측의 신문에 "비정상적인 자금이 비자금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계좌를 만들고 폐쇄하는 과정을 거듭하며 단기간에 거액을 인출하는 과정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검찰 측은 이날 불분명한 진술태도로 일관하는 윤 전 과장을 상대로 "뒤에 피고인들(신 전 행장 등)이 있어서 불안한가? 그렇다면 나가라고 하겠다"며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27일 2008년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성명불상자에게 3억원 돈가방을 전달한 비서실 전 직원 S씨를 증인으로 불러 공판을 계속할 예정이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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