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품 못떠나는 美대학생들 늘었다

평균 지출학비 680만원.. "불황에 학비부담 너무 커"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미국에서는 부모들이 자녀가 성인이 되면 독립해 살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계속된 불황에 최근 미국 가정에서는 대학에 진학해서도 부모와 함께 사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통비나 주거비용 등을 한푼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16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11~2012학년도 미국 가정의 대학 교육비용 지출을 조사한 결과 학비가 저렴한 대학에 진학하거나 저렴한 통학 수단을 이용하는 등 자녀들의 대학 교육 관련 비용을 줄인 가정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숙사나 자취 대신 부모님의 집에서 생활하는 대학생들의 수도 늘었다. 이는 미국 최대 학자금대출기금인 ‘샐리매이(Sallie Mae)’가 이날 발표한 연례 연구보고서 결과다.2011~2012학년도에 미국 가정이 대학 교육비용으로 지출한 돈은 평균 5955달러(약 680만원)로 전년도에 비해 5% 감소했다. 2010~2011학년도의 6664달러(약 760만원), 2009~2010학년도의 8752달러(약 1000만원)에 비해 해를 거듭할수록 크게 줄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은 거꾸로 증가세를 보였다. 1인당 평균 대출자금은 1832달러(약 210만원)로 2010~2011년 1573달러(약 180만원)에 비해 늘었다.

대학생들이 직접 돈을 마련해 학비에 보태는 액수도 늘었다. 저축이나 일을 통해 학비로 충당한 돈은 평균 2555달러(약 290만원)로 지난해 1944달러(약 220만원)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부모들이 줄인 학비 규모를 메우기엔 충분치 않았다.부모들은 전체 학비 중 평균 37%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에는 47%였다. 부모들이 예전보다 자녀들에 대한 학비 지원을 줄인 것이다. 학생들은 30%를 자비로 부담했고, 29%는 장학금이었다. 4%는 친척이나 친구가 지출한 부분이었다.

설문에 응답한 학생들의 절반이 지난 학년도에 부모의 집에서 함께 거주했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9% 늘어난 것이다. 특히 연 수입이 10만달러(약 1억1464만원) 이상인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대학생들의 수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응답자 중 29%가 학비가 싼 2년제 공립대학에 진학했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도 21%에서 더 늘어난 것이다.

새러 두키치 샐리매이 부대표는 “이 결과는 요즘의 경제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미국 가정들이 지출을 줄이는 추세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샐리매이의 이번 조사는 지난 4월과 5월 대학생과 학부모 1601명을 전화로 인터뷰해 집계됐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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