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금융노조 총파업 찬반 투표...노조의 딜레마는?

통과되면 오는 30일 하루동안 총파업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11일 총파업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에 들어간다. 35개지부의 9000여개 분회에서 실시되는 이번 투표에서 파업이 가결되면 노조는 오는 30일 하루 동안 총파업을 하게 된다.

현재로선 파업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 노조 관계자는 "각 지부별로 분위기의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80% 이상의 조합원들이 파업에 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남은 것은 어떻게 파업을 잘 진행하느냐의 문제"라고 밝혔다.실제로 노조의 고민은 파업 가결보다 그 이후에 있다. 노조는 총파업을 위한 명분으로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포함한 '산별교섭 결렬'을 내세우고 있으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농협의 지주사 전환이나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된 관치금융에 반대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기 때문이다.

금융 노조가 실제 파업을 진행했을 때 국민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도 관건이다. '명분 없는 파업'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을 경우 오히려 노조의 입지는 더 약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노조는 사측의 성과급과 후선발령제 도입에 반대해 은행권 최장기 파업을 진행했지만 여론악화와 내부분열 등으로 성과 없이 파업을 끝냈다.

이해관계가 전부 다르고 각각 다른 현안을 갖고 있는 은행권 전체를 어떻게 총파업으로 아우를 지도 고민이다. 민영화와 구조개편 등 현안을 가지고 있는 국민과 우리·농협·경남·광주은행 등은 적극적으로 이번 총파업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그 외 은행들 중에는 파업의 필요성을 크게 공감하지고 있지 못하는 곳들도 있기 때문이다. 사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도 금융노조의 총파업 결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노조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진행한 노사 양측의 교섭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노조는 처음부터 파업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며 "노조가 내걸고 있는 메가뱅크나 농협 MOU 문제는 산별교섭에서 해결할 수도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노조의 총파업을 위한 별도의 대책마련은 하고 있지 않다"며 "노조가 응할 경우 언제든지 협상에 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융노조는 오는 30일 하루 동안 총파업을 진행한 뒤 이후에도 정부와 사측에서 노조의 요구사항을 듣지 않으면 다음달 13일부터 다시 총파업과 태업 등 강경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선다면 2000년 7월 금융권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진행한 이후 12년 만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