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반격 "전기요금 인상, 법대로 하자"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정부가 정한 법에 따라 결정한 전기요금 인상안이다. 거부하려면 법부터 고쳐야 하는 것 아닌가?"

전기요금 두 자릿수 인상안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수세에 몰린 한국전력이 '법대로'를 외치며 반격에 나섰다. 지난 9일 한전은 이사회를 열어 전기요금 16.8% 인상안을 의결했다. 10.7%는 전기요금 인상분, 나머지 6.1%는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원가 보상분이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같은 날 "정부의 서민물가 안정 시책과 상당히 배치되는 결정"이라면서 인상안을 돌려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한꺼번에 (요금을)많이 올리면 서민생활에 충격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기표 한전 비상임이사는 10일 이런 상황을 환기하면서 지식경제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물가안정에 협조하기 위해 지난 4년 동안 (충분히 요금을 올리지 않은 채)적자를 감수해왔고 그 때문에 한전의 신용등급이 떨어져도 정부와 보조를 맞췄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인상률은 정부가 정한 법에 따라 원가를 산정해 나온 것"이라면서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먼저 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정부와 한전의 대립 구도를 명분 쌓기용 할리우드 액션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 이사의 주장에도 근거가 있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6조 공공요금 산정원칙을 보면 "공공요금은 해당 사업이나 물품의 제공에 드는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하여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애매한 건 "주무부 장관이 다른 산정방식에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하여 그 산정 방식에 따를 수 있다"고 돼있는 단서 조항이다. 한전은 전자를, 지경부와 재정부는 후자를 근거로 법리를 다툴 여지가 있다.

동석한 홍성의 요금제도팀장은 인상 반대론을 의식한 듯 요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건 산업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홍 팀장은 "이번 인상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이 평균 12.6% 오르고, 일반용은 10.3% 인상된다"면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장 저렴하다"고 말했다. 그는 "30년 동안 싼 값에 전기를 써온 기업들이 이젠 (이익을)돌려줄 차례"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오는 16일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안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김혜민 기자 hme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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