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내 죄가 유령으로 돌아올지니

<유령> 7회 SBS 수 밤 9시 55분
과거는 유령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 <유령>의 7회는 김우현이 과거에 저지른 죄를 밝히려는 권혁주(곽도원)의 수사와 친구의 죽음에 관련되었던 유강미(이연희)가 모교인 성연고에서 벌이는 수사를 두 축으로 움직였다. 권혁주는 과거 김우현이 남상원의 죽음에 연루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유강미는 여전히 애도가 허락되지 않으며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거의 공간으로 돌아간다. 이들이 흩어진 과거의 흔적을 찾는 곳은 현실이 아니라 사이버 공간이다. 사이버 공간은 현실과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과거라는 이름의 죄를 쌓아올리고, 지울 수 없는 흔적을 저장한다.

<유령>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박기영(소지섭)이 궁극적으로 밝혀내야 하는 범죄에 죽은 김우현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권혁주의 수사망은 좁혀질수록 김우현의 과거에 근접하게 하지만, 그것은 곧 박기영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박기영이 쫓는 진실은 결국 김우현의 가면을 쓴 박기영 자신의 장애물이 된다. 과거 김우현이 저지른 죄는 현재의 김우현을 사는 박기영에게로 계속해서 돌아온다. 여기서 <유령>이 유강미의 과거가 숨겨진 학교로 돌아온 이유가 설명된다. 과거의 죄는 누구에게나 있으며, 청산되지 못한 죄는 현재의 자신을 향한 화살이 된다.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 죄는 현실의 “로그 기록”이 되어 유령처럼 우리 곁을 떠돈다. “since1999”라는 비밀번호로 남겨진 과거는 조현민(엄기준)의 아버지의 죽음과 박기영이 발견한 경찰의 비리를 가리킨다. 그것은 죽은 남상원과 연관된 조현민과 김우현의 죄를 포함하는 키워드이다. 모두가 솔직해질 수밖에 없는 컴퓨터 앞에서, 이미 저장된 데이터들은 그것들이 숨긴 서사를 서서히 드러낼 것이다. 유령은 과거에 지은 죄의 이름이다. 청산되지 못한 과거는 유령의 이름을 빌려 다시 여기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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