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경제위기와 아시아 금융의 기회

유럽발(發) 쇼크로 미국ㆍ유럽 증시에 이어 어제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한국 증시도 코스피지수가 1800선 아래로 주저앉고 원화 환율이 올랐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유럽 재정위기는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혼미스러웠던 어제 글로벌 금융위기 돌파의 중심축으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국가 간 금융협력 체제를 모색한 본사 주최 아시아금융포럼은 각별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아시아 국가의 통화가치가 올바르게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페이창홍 중국 사회과학원 재정무역경제연구소장은 위안화의 기축통화 가능성에 대해 10년 뒤 홍콩 달러화 및 일본 엔화 정도 위치에 서고 20년 뒤 미국 달러화, 유로화에 이은 세계 세 번째 화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아시아 각국은 글로벌 자본의 무차별적 유입으로 자산 거품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세계 경제를 이끄는 유럽과 미국 경제가 흔들리자 상대적으로 감염 정도가 낮은 아시아가 구원투수로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높은 성장률에 비해 이를 떠받칠 금융시장 발전이 미흡하고 금융안전망도 취약하다. 그 바람에 아시아 신흥시장은 미국과 유럽 자본이 치고 빠지는 투기장화하고 있다.

대외 개방도가 높은 한국 시장은 외부 충격에 더욱 민감하다. 지난달 외국인은 3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자금 움직임이 경제ㆍ금융 상황에 비해 과도한 시장 변동을 야기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예상되는 외화 유출 가능성과 규모에 따라 기민하게 대응함으로써 외환건전성 유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아시아 스스로 안전판을 강화해야 한다. 대외 변수에 영향을 덜 받도록 금융안전망 확충과 함께 역내 자본시장 통합을 촉진하고 무역 결제에 있어 역내 통화 비중을 높여 나가야 한다. 유럽 위기의 전염을 막자며 지난해 설립한 지역 내 거시경제감시기구(AMRO)의 국제기구화도 필요하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으려면 탄탄한 경제 펀더멘털과 함께 경쟁력 있는 구조로 금융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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