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대책 한 달, 매매 '냉탕' vs 경매 '온탕'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강남 투기지역 해제를 골자로 한 5·10부동산활성화대책이 발표된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시장은 묵묵부답이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는 오히려 하락하는 분위기다. 계절적인 비수기에다 유럽 재정 위기 등까지 겹쳐 대내외적인 침체 요인이 부각되고 있으며 거래를 유인할만한 실제적인 대안이 없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투기지역 해제에 따라 부동산 경매를 위한 대출 여력이 늘었다. 이에 따라 경매시장의 낙찰가율은 상승하고 있다. 통상 경매시장을 매매시장의 선행시장으로 구분하나 실제적인 매매 증가로 이어지기는 힘든 상황이다.

◆강남 집값 하락세는 지속=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는 5월25일부터 31일까지 아파트 값을 조사한 결과 수도권 매매가 변동률은 -0.05%, 전세가는 -0.0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5·10대책 발표 직후인 11일에 -0.01%를 기록한 이래 3주째 하락폭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지방 5대광역시의 매매가는 -0.01% 떨어졌으며 전세가는 보합세를 기록했다. 서울 매매가 변동률은 -0.07%를 기록했다. 지난주에 이어 강남권과 강북권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송파구(-0.28%), 서초구(-0.16%), 동대문구(-0.13%), 강남구(-0.07%), 양천구·노원구(-0.05%), 동작구(-0.03%)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특히 강남 투기지역 해제 등 5·10대책의 직접적인 수혜지로 손꼽힌 강남지역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가 대표적이다. 5·10대책 발표 이후 매수 문의도 없고 저가 매물은 계속 나오고 있다. 주공5단지 116㎡는 2000만원이 떨어져 10억4000만~10억6000만원에, 119㎡는 15000만원 내린 10억9000만~11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일반 아파트도 매수·매도 모두 조용하다. 신천동 파크리오 174㎡는 2500만원 떨어져 12억5000만~18억원에, 잠실동 잠실리센츠 109B㎡가 2000만원 내려 8억~9억7000만원에 매수자를 기다리고 있다.

서초구도 하락세다. 5·10대책에서 취득세 감면이 제외되면서 매수세가 줄었다. 반포동 한양, 삼호가든3차 등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소형 물량이 적다는 이유로 용적률 상향이 보류됨에 따라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잠원동 한신18차 161㎡는 7500만원이 하락해 13억~15억원에, 한신22차 115㎡는 5500만원 내려 9억~9억7000만원에 거래가격이 형성돼 있다.

강남구는 개포동 주공단지 하락세가 계속됐다. 급매물도 소화가 어려울 정도로 매수세가 없는 상황이다.

5·10대책에 실망한 매수자들이 빠르게 관망세로 돌아섰다. 2500만원 떨어진 주공1단지 36㎡는 5억6000만~5억7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주공3단지 49㎡도 8억8000만~9억5000만원으로 호가가 내렸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 팀장은 "대책 발표 이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하락 폭은 점차 확대 중"이라며 "시장의 기대에 못미친 대책이 발표되면서 이에 대한 실망감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대출 여력 확대, 경매시장 붐벼= 반면 경매시장은 5·10대책에 대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정부가 지난 10일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에 따라 대출 여력이 늘어, 강남3구 아파트의 경매 낙찰가율과 낙찰률이 상승했다.

법원 부동산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www.ggi.co.kr)은 이달 강남3구 아파트 경매시장 낙찰률이 33.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8.6%보다 4.7%p 높아진 수치다. 경매 진행된 아파트 가운데 낙찰된 물건 수가 증가한 것으로 거래량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낙찰가율도 78.1%에서 78.5%로 0.4%p 올랐다. 낙찰가율은 감정가격 대비 낙찰된 가격의 비율이어서 낙찰된 가격이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아파트 전용면적 117.6㎡은 대책 발표 직후인14일 감정가 9억3000만원에 경매됐으나 유찰됐다. 이후 열린 경매에서 3명이 경쟁에 참여, 감정가의 89.8%인 8억3510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면적 다른 동의 아파트가 한달 전 8억1600만원(감정가의 83.3%)에 낙찰된 것에 비해 낙찰가격이 1900만원 가량 올라갔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5·10대책 발표 이후 경락잔금대출 한도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면서도 "부동산 침체기인 만큼 물건에 대한 신중한 분석과 함께 대출 상환 계획 등도 철저히 수립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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