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 프로그램 대상 비장애 형제 자매까지 확대

관악구, 서울대학교 봉사동아리 '골뱅이 인연맺기 학교'와 함께 '장애아동 형제자매 치유 멘토링'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지난 2월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28년간 장애인 동생을 돌보던 형이 동생과 함께 투신해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일곱 살 때 부모님을 잃고 동생을 책임지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포기했던 형이 결국 책임과 가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유종필 관악구청장

유종필 관악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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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구의 지속적인 증가로 아픔을 함께 겪고 있는 가족도 늘어가고 있지만 장애인복지 정책은 대부분 장애인 본인이나 부모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성장기나 부모 사후에 경제·정서적으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장애인의 비장애인 형제·자매에 대한 배려는 간과돼 왔다.

관악구(구청장 유종필)가 전국 최초로 장애인 복지 프로그램 대상을 비장애 형제·자매로 확대해 지난 6일부터 서울대학교 봉사동아리 '골뱅이 인연맺기 학교'와 함께 장애아동 형제자매 치유 멘토링을 운영한다.

장애아동 형제·자매 치유 멘토링은 서울대학교 등 대학생 동아리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생 테마별 톡톡 멘토링’ 공모를 통해 선정된 프로그램.스포츠, 문화 등 놀이와 멘토링을 접목해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장애인을 형제자매로 둔 비장애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상처와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신 감정과 의견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심리적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전문 심리강사를 초빙한 교육 프로그램과 자전거, 볼링, 탁구, 배드민턴 등 스포츠 프로그램, 문화공연 관람, 서울대 구석구석 탐방, 수원 벽화마을 나들이 등 놀이와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5월초부터 12월까지 학기 중 주말과 방학 기간에 총 10회에 걸쳐 운영되며, 친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감정과 생각 등을 나눌 수 있도록 서울대학교 봉사동아리 '골뱅이 인연맺기 학교' 회원인 멘토와 초·중등학생 멘티 각 9명씩을 1대1로 짝꿍을 맺어 운영한다.

서울대학교 봉사동아리 '골뱅이 인연맺기 학교' 이동헌 회장(서울대학교 경제학부 4학년)은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장애아동 부모님들의 제안으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부모의 관심과 보살핌에서 소외되고 삶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갖기 쉬운 장애아동의 형제·자매들과 놀이활동이나 문화체험을 함께하며 좋은 추억을 만들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봉사동아리 '골뱅이 인연맺기 학교'는 이메일에서 아이디와 도메인을 이어주는 ‘골뱅이(@)’처럼 개인과 세상을,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이어주는 연결다리가 돼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2006년 결성됐다.

40여명의 서울대학생과 20여명의 장애아동이 함께 어울려 장애아동 주말학교 체육 음악 요리 등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장애를 가진 자녀에 가려져 비장애 형제·자매는 부모의 관심에서 소외되기 쉽다"면서 "이번 기회에 그들만이 겪는 특수한 고민과 불안을 해소하고 여가활동과 휴식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돼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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