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미다스의 손, 탐욕이 부른 재앙

[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기원전 8세기 경 소아시아 프리기아를 다스리던 미다스(Midas) 왕은 술의 신(神) 디오니소스에게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디오니소스는 '탐욕스러운' 미다스 왕의 이 같은 요청을 고심 끝에 수락했다. 그러자 미다스 왕의 손이 닿는 모든 물체는 황금으로 변했다. 미다스 왕이 나무를 만지면 황금나무로, 사과를 만지면 황금사과가 됐다. 미다스 왕은 미친 듯이 좋아하며, 닥치는 대로 눈에 보이는 것을 황금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미다스 왕의 기쁨은 잠시였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이 금으로 변하니 정작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황금이었지만 정작 자신은 쫄쫄 굶을 수밖에 없었다. 황금을 먹을 수 있는 인간은 없으니까. 고통 그 자체였다. 심지어 사랑하는 딸까지 그의 손이 닿자마자 황금으로 변했다.

미다스는 디오니소스를 다시 찾아가 자신의 탐욕을 반성하고 용서를 구했다.'마이다스의 손'은 저주를 의미한다. 탐욕과 과욕은 결국 화를 부른다는 교훈이 그리스 신화에 숨어 있는 것이다.

현대에 와서 '미다스의 손'은 다른 의미로 바뀌었다. 실패를 모르는 이를 빗대어 흔히 '미다스의 손'이라고 한다. 손을 대는 족족 사업이 번창하는 기업인 또는 경영인들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됐다.

얼마 전 영업정지가 된 솔로몬저축은행의 임석 회장도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임 회장은 지난 2002년 골드저축은행, 2005년 부산 한마음저축은행, 2006년 전북 나라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하면 번창했다. 옥탑 광고회사로 시작, 국내 1위 저축은행 회장까지 올랐으니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임 회장은 현재 사업실패는 물론 법의 심판까지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 기업인 및 경영인이 어디 임 회장뿐이겠는가.

성공한 특히 빠른 성장을 한 기업의 오너나 경영인에게는 여지없이 '미다스의 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하지만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던 많은 경영인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사례가 적지 않다. 사실 일일이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리스 신화 속 미다스 왕이 그랬던 것처럼 탐욕과 과욕이 화를 불렀기 때문이다.

어쩌면 '미다스의 손'이라는 수식어가 탐욕과 과욕을 더욱 커지게 한 촉진제가 됐는지도 모른다.

혹시나 자신의 이름 앞뒤에 '미다스의 손'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영인 및 기업인이 있다면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자신의 주변을 한번 더 둘러봤으면 좋겠다.

혹여 자신이 지금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지나친 것이 아닌지, 또 눈앞의 성과에만 몰두해 간과한 것은 혹시 없는지 말이다.

성공신화는 혼자 쓰는 것이 아니다. 작게는 조직 구성원과, 크게는 사회 전체와 함께 쓰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 디오니소스는 미다스 왕을 너그럽게 용서했지만 우리 사회는 '과욕과 탐욕'에 그다지 너그럽지 않다.



조영신 기자 as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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