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구본무 회장의 인재관은?...망원경vs현미경

인력개발원장은 총수 '공식화'.."S급 인재 미래좌우" 큰 틀 제시

삼성 LG 같지만 다른 인재발굴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구본무 LG 회장이 각 그룹 인재양성의 수장을 맡고 있어 주목된다.

두 회장의 경우 일선경영을 각 계열사 사장에게 맡기고 그룹 중요 현안에 대해서만 관여하고 있으나 인재 양성만은 직접 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는 인재가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삼성인력개발원의 원장을 사실상 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구 회장도 최근 계열사 경영에서는 한발 물러나는 대신 그룹 인력 육성을 책임지는 LG경영개발원의 대표로 취임했다. 두 회장이 각각 인력양성의 수장을 맡으면서 양 그룹간 치열한 인재확보전쟁도 전망된다. 양 그룹은 전자, 화학 등 겹치는 부문 인력을 놓고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각 그룹 회장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해 그룹 구성원으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분야다.

다만 이 회장과 구 회장의 인재양성방식은 다르다. 이 회장이 S급 인재 유치 등의 큰 틀을 제시하는 반면 구 회장은 현장을 직접 뛰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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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37만 삼성 직원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삼성인력개발원의 원장 자리는 항상 공석이다.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이 1982년 삼성인력개발원(당시 삼성종합연수원)을 만들 당시부터 원장 자리는 총수가 맡는 것이 공식화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직원들 역시 이 회장이 당연히 삼성인력개발원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삼성그룹의 경영철학인 인재 제일주의와 일맥 상통한다. 이 회장은 그룹 경영을 맡은지 25년이 지난 지금도 틈만 나면 임직원들에게 우수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회장은 지난달 17일에는 삼성중공업과 삼성테크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엔지니어링 등 그룹 중건설 계열사 사장들과의 오찬에서 "국내에서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 기업으로 커가야 한다"며 "좋은 사람, 최고의 인재는 최고의 대우를 해서 과감하게 모셔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 회장이 삼성전자의 '2011년도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를 참관하고 나서 S급 인재 확보가 삼성의 당면과제라고 강조한 것의 연장선이다. 기업이 생존하고 나아가 세계 최고로 성장하기 위해서 우수 인재는 필수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구본무 LG 회장

구본무 LG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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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도 최근 LG경영개발원 대표로 취임하면서 인재 확보에 팔을 걷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LG경제연구원과 LG인화원을 운영하는 LG경영개발원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LG그룹 직원들은 LG인화원을 통해 그룹 경영이념과 소양 등을 교육 받는다.

구 회장은 특히 지난달에는 글로벌 R&D 인재 확보를 위해 LG전자, LG화학 등 8개 계열사 경영진들을 대거 이끌고 미국행에 나서기도 했다. 구 회장이 인재유치 현장에 직접 나선 것은 취임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말 LG인재개발대회에서 최고경영진과 인사담당 임원들에게 우수 인재 확보를 독려하며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유비가 삼고초려 하는 것과 같이 CEO가 직접 찾아 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며 "좋은 인재가 있다면 회장이라도 직접 찾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평소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잘 육성하고 있어야 성장의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미래준비의 기본은 인재확보와 육성'이라는 신념에 따라 경영진 들에게 우수 인재 확보를 계속 독려해왔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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