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도 모르는 관가 이야기]재정부 체육대회 '예산실의 파란'

부처통합 뒤 축구대회 첫 우승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아마 부처 통합 뒤 예산실이 축구대회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일걸요?"

15일 점심을 같이한 예산실 A과장은 절뚝절뚝 걸으면서도 치아를 활짝 드러내고 웃었다. 지난 주말 체육대회의 여운이 남아서다. 12일 용인 경찰대학교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체육대회에서 예산실이 파란을 일으켰다. 매년 올림픽 정신으로 참가에 의의를 뒀던 예산실이 올해는 선수들을 모아 한 달 동안 맹훈련을 했다. 종전엔 선수 11명을 채우기도 힘들었지만, 올해는 전통의 축구 명가 세제실을 1차전에서 꺾는 대역사를 썼다.

당일 연이어 치른 경기에서 예산실은 세제실을 '4대 1' 승부차기로 누르고, 기획조정실 등 본부연합팀을 다시 '2대 0'으로 물리쳤다. 오후 결승전에서는 최종구 국제경제관리관이 이끄는 국제금융·대외 연합팀을 '2대 1'로 따돌리며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지난 2008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된 이후 예산실이 체육대회의 주인공이 된 건 처음이다.

과거 재무부 시절 세제실에서 근무했던 박재완 장관은 세제실의 굴욕에 "올해 세제개편은 실장과 내가 둘이 할테니 세제실은 축구 실력을 키우라"며 눈을 흘기기도 했다. 이변의 주인공이 된 예산실 직원들은 "연초 실·국을 뒤섞은 인사 이후 각 과의 '선수'들이 대거 예산실로 투입된 것도 큰 역할을 했다"면서 조용히 웃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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