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담합 정유사 벌금 405억 덜 매겼다"

감사원 "출장비 부풀리기 등 빈틈투성"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하루면 끝나는 해외출장 일정을 4박 6일로 늘려잡아 관광을 다녔고, 업무와 관련이 없는 기능직 여직원까지 대동해 27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썼다.

업무처리 과정도 빈틈 투성이였다. 세간의 관심이 컸던 정유사 원적지 담합 사건을 처리하면서 신규주유소 매출은 빼고 총매출을 산정했고, 정유사별 과거 법 위반횟수도 줄여 계산했다. 결국 정유사에 물려할 과징금 액수는 405억원이나 줄었다. 모두 감사원 특정감사 결과 드러난 일들이다. 15일 감사원이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공정위는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년 동안 7차례 국제카르텔 예방교육 관련 해외 출장을 가며 동행 인원과 출장 일정을 불합리하게 늘렸다.

카르텔조사국장 혼자 40분 남짓 교육에 참여하면 될 출장에는 최대 9명이 동행했다. 담당 부서가 아닌 다른 과 직원들도 함께였다. 이들은 공식 일정이 8시간 뿐이었던 출장을 4박 6일이나 다녀오면서 상하이 시내나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을 관광했다. 불필요하게 추가된 경비는 2700만원에 이른다.

업무 처리 과정도 허술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국내 5대 정유사에 원적관리 담합에 따른 과징금을 물리면서 총매출과 과거 법 위반 횟수를 줄여 계산했다. 당시 5대 정유사에 물린 과징금은 4326억원. 제대로 계산했다면 405억원이 추가됐어야 했다. 원적지 담합은 정유사들이 상대사와 거래해온 주유소를 넘보지 않기로 공공연히 합의하는 행위를 말한다. 감사원은 이런 사례들을 들어 과징금 산정 담당자에 대한 징계 등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이에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신규매출액이 빠진 부분은 다시 계산해 지난해 말 과징금을 추가로 물렸고, 과거 법 위반 횟수를 덜 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재심을 청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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