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한국, 행복GDP는?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1960년대 최고의 명절 선물은 다이알 비누와 설탕이었다. 전후 공업 기반이 무너져내린 가난한 나라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다. 이후 50년, 우리는 연평균 6.7%씩(한국경제 60년사) 성장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다. 그런데 가만있자, 경제가 자란 만큼 국민들도 행복해졌을까.

이런 고민에서 출발해 일명 '행복GDP'를 측정해보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우리나라만 그러는 게 아니다. 프랑스는 지난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이끄는 '경제성과 및 사회적 진보 측정위원회'를 구성해 지표 개발에 나섰고, 캐나다와 영국도 동참했다. 캐나다는 '행복지수'를, 영국은 정기적인 '국민 행복도'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행복GDP를 좌우하는 건 소득분배 정도나 여가, 환경, 복지 등에 대한 만족도다. 손에 잘 잡히지도, 만국공통의 기준이 존재하지도 않는 개념들이다. 그래서 행복GDP 측정을 위한 통일된 기준을 만들기 위해 세계 각 국은 오는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만나기로 했다. UN 지속가능개발회의(CSD)를 통해 머리를 모아보자며 저마다 아이디어를 다듬고 있다.

우리나라의 통계청도 이 작업에 적극적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드라마틱한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국민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나라'로 꼽힌다. 한국은 소득과 행복이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을 거론할 때 단골로 소개되는 샘플이다.

실제로 지난 4월 UN이 펴낸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의 행복도는 156개 회원국 가운데 56위에 머물렀다. 우리보다 소득이 낮은 말련(51위)이나 태국(52위)에 비해 순위가 낮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도가 높은 나라는 덴마크였고, 핀란드,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이 뒤를 이었다. 소득에 비해 국민들의 행복도가 낮은 건 아시아 국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이지만, UN의 보고서는 한국 정부의 고민을 키웠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에서도 한국의 행복도가 최하위 수준으로 집계돼서다.

OECD의 '더 나은 삶 이니셔티브' 조사에서 한국은 34개 회원국 중 26위에 머물렀다. 교육(2위) 수준은 높았지만, 주거(28위)와 환경(29위), 일과 생활의 조화(30위), 공동생활(33위)에 대한 만족도는 꼴찌 수준이었다. 11개 항목 평균 점수에서 1위에 오른 건 호주였고, 캐나다와 스웨덴, 뉴질랜드, 미국, 노르웨이 등이 선두그룹에 들었다.

통계를 '국정상황판'이라고 부르는 우기종 통계청장은 "종전의 경제지표만으로는 국민의 다양한 욕구를 포착할 수 없다"면서 "사회지표 개편을 통해 웰빙지수나 베터리빙 지수(더 나은 삶), 비욘드 GDP(GDP 그 이상) 지표를 개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도 "UN의 권고처럼 환경 파괴에 대응하고, 실업률을 낮추면서 상호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 국민들의 행복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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