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마눌>, <사랑과 전쟁>이 <사랑비>와 만나면

<굿바이 마눌> 1회 채널A 월-화 저녁 8시 40분
불과 한 시간짜리 방송인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도 부부의 연애시절부터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꼼꼼하게 훑는 완결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싶은 승혁(류시원)의 몸부림을 보여주려 했던 <굿바이 마눌> 첫 회는 첫 장면부터 물음표 투성이다. 격투기선수 승혁은 은퇴경기 후 인터뷰 요청도 뿌리친 채 선아(홍수현)의 서원식이 열리는 성당으로 달려가 선아에게 키스를 한다. 때마침 성당에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승혁을 따라 온 취재진들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로 환호를 보내지만, 어쩐지 두 사람의 키스신은 김빠진 탄산음료처럼 느껴진다. 첫사랑 향숙(박지윤)만을 바라보던 승혁이 선아에게 “너에게 내 생사가 달렸어”라는 절박한 쪽지를 보내기까지, “이렇게 하면 하나님이 날 받아줄 수 있을 것 같”다는 황당한 이유로 처음 본 승혁에게 무릎을 빌려줬던 선아가 두건을 벗고 승혁의 청혼을 받아주기까지의 과정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다.

승혁과 선아가 각자의 꿈을 포기하고 결혼을 결심할 정도로 열렬히 사랑했던 시절은 물론, 미련하게 전국의 모든 오향숙에게 전화를 걸어보면서까지 승혁이 첫사랑을 찾아 헤매는 이유도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 아내가 싫어져서일까, 단지 결혼생활이 지겨워졌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첫사랑은 죽기 전에 꼭 한 번 만나야” 한다는 자신의 오랜 로망을 실현시키기 위함일까. <굿바이 마눌>이 아내를 사랑했던 과거가 아니라 아내와 헤어지는 현재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첫 회의 불친절한 인상은 지울 수 없다. 승혁의 굿바이 선언이 공허한 외침으로 들리지 않으려면, 뒤늦게 시작된 향숙과의 아슬아슬한 사랑보다 선아와의 지긋지긋한 결혼생활을 보여주는 것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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