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 자체가 자연스럽게 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무한걸스 3>의 송은이
<#10LOGO#> 오프닝인데도 7명 모두 험하게 촬영하는 것 같다. (웃음) 멤버들이 한 순간도 틈을 주지 않고 재밌는 장면을 만드는 비결이 뭘까.
송은이: 아무래도 프로그램을 오래 하면서 생긴 호흡 때문인 것 같다. 나까지 포함해서 멤버들 모두 서먹서먹한 느낌이 전혀 없다. 그래서 마음 놓고 여러 가지 시도할 수도 있고 터부시되는 이야기도 던질 수 있다.
<#10LOGO#> 지금의 호흡이 만들어지기까지 적응하는 기간도 거쳤을 것 같다. 지금과 비교하면 시즌 1 초반 멤버들 호흡이 어땠나.
송은이: 다들 리얼 버라이어티가 어색했던 건 사실이었다. 특히 그 때의 김신영이나 신봉선은 그냥 콩트를 하던 애들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분명 이 아이들이 갖고 있는 끼가 있었고 그걸 최대한 잘 끌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잘 맞아 떨어졌다.
<#10LOGO#> 시즌 3까지 오면서 멤버 변동도 있었는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이런 좋은 호흡이 도움되겠다.
송은이: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다른 멤버들도 버라이어티 MC도 하니까 스스로 완급조절이 돼서 훨씬 편해졌다. 대신 요즘엔 멤버가 늘어났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7명 각각의 색깔을 알맞은 비율로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분명 개그맨인 신영이와 봉선이, 영미가 많은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백)보람이나 황보가 중간에서 하는 말들이 쿠션이 돼 새로운 색깔이 되니까. (김)숙이도 들어온 지는 얼마 안 됐지만 내가 눈치채지 못한 부분을 잘 쳐주고 있어서 <무한걸스>에 꼭 필요하다.<#10LOGO#> 아무래도 여자들이 하는 버라이어티니까 프로그램 외적으로도 멤버들의 정서를 고려할 것 같다.
송은이: 진짜 많이 한다. 녹화 중에 아주 세세한 부분에서 멤버들의 질투, 시기가 보일 때가 있다. 근데 그건 오래 두면 안 되는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일이 있으면 바로 바로 푼다. 밥 먹으면서 서로 이야기하도록 하면 다들 친하니까 알아서 해결한다. “아까 그거 뭐야? 진심이야?”, “야, 어떻게 말을 그렇게 하니?” 이런 식으로. (웃음) 난 아이들이 알아서 싸우게 두고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으면 정리한다. 그런 시간이 굉장히 많았고 그래서 더 편하게 친해진 것 같다.
<#10LOGO#> 거의 제작진 마인드다. (웃음) 그렇게 정착된 <무한걸스> 시즌 3가 곧 73회를 맞이하는데 처음 시즌 3에 들어갈 때도 지금을 예상했나.
송은이: 전보다 몇 배 큰 부담이 있었다. <무한걸스>는 MBC every1의 간판 프로그램이고 여자들이 하는 유일한 단체 버라이어티이면서 나름 재밌게 보시는 분들도 많으니까. 시즌 3 초반에는 프로그램이 억지로 캐릭터를 잡아가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멤버들이 시즌 초반 캐릭터를 흡수하면서 새 멤버 캐릭터도 잘 섞을 수 있을까 고민했고 본사와 이야기도 많이 했다. 아마 케이블 프로그램 중 우리처럼 회의를 자주 한 곳은 없을 거다. 녹화 끝나면 자연스럽게 오늘 내용 서로 이야기하고 다른 아이템도 고민했으니까. 그렇게 멤버들 입장을 말하고 제작진의 생각을 듣는 과정 때문에 시즌 3가 정착한 것 같다.“멤버들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아이템이 된다”
<#10LOGO#> 그 점이 굉장히 거친 리얼 버라이어티임에도 5년 이상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힘인가.
송은이: 그것도 그렇고 멤버들도 험한 걸 즐기던데? (웃음) 서로에 대한 믿음도 있어서 거칠다거나 험한 걸 불평하는 멤버는 없다. 예전에 탄광에서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산에 올랐다. 봉선이가 위에 있고 내가 밑에 있을 때 속으로 ‘봉선이가 내 목 위로 떨어지면 재밌겠다’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진짜 봉선이가 위태롭게 떨어지더라. (웃음) 그렇게 말 안 해도 통하는 게 있어서 거칠어서 힘들기보다 희열을 느낀다.
<#10LOGO#> 프로그램을 오래 하면서 멤버들도, 프로그램도 함께 커 가는 것 같다.
송은이: 멤버들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아이템이 된다. 예를 들어 신영이가 다이어트에 한창 재미를 느낄 때 앉아서 다리를 팔로 감싸고 발로 차는 돼지 게임을 아이템으로 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진짜 신영이 때문에 그게 안 됐었는데. (웃음) 또 아이템으로 멤버들이 더 친해지기도 하는데 영미가 시즌 3로 왔을 때 한동안 적응을 잘 못 했다. 그 즈음 심리 검사를 하는 아이템을 하면서 영미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상처가 너무 깊었던 거다. 다른 애들과 달리 사회생활이 어색했던 영미도 많이 변했다. 지난번에는 밥 먹을 때 영미가 숟가락을 놓더라!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웃음)
<#10LOGO#> 생일을 맞아 방송된 ‘송선배 불혹 잔치’도 멤버들의 서사를 담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송은이: 정말 <무한걸스>니까 가능했다. 방송 자체가 온전하게 날 기념하는 방송인데 거리낌 없이 준비해준 동생들 생각하니까 뭉클하기도 했다. 축하 영상 만들어준 제작진도 고맙고 방송에서 나한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약간 얼떨떨하기도 했고. 근데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준비한 마술이 어색하고 녹화가 제대로 안 돌아가면 욱해서 바로 진행하려고 했다. (웃음)
<#10LOGO#> 첫 버라이어티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생일 파티가 소재가 될 정도로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개인적으로 <무한걸스>는 어떤 의미인가.
송은이: <무한걸스> 말고 내가 했던 프로그램은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나 MBC <느낌표>처럼 교양적인 예능이었다. 나도 개그맨이니까 막 웃기고 싶은데 생각한대로 되는 걸 해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무한걸스>가 더 특별하다. 처음에는 ‘너네가 뭔데 <무한도전> 따라하냐’는 욕도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재밌다고 해주시니까 그게 가장 뿌듯하다. 그리고 멤버들, 프로그램이 성장하는 걸 보면서 ‘내가 보는 눈이 정확했다’고 느끼는 재미도 쏠쏠하다.
<#10LOGO#> 꼭 시청률이 아니더라도 <무한걸스>로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가 뭔가.
송은이: 여자들이기 때문에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게 되면 지금은 그만둘 수밖에 없다. 근데 앞으로는 계속하고 싶다. 맞선보고 사귀고 결혼 상대 데려오고 결혼하는 것도 아이템으로 하고 싶다. 얼마 전 (정)시아가 아기 낳을 때 무섭다고 하길래 “그냥 <무한걸스> 아이템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했다. 캐릭터 이상으로 우리 삶 자체가 방송으로 자연스럽게 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면 정말 좋겠다. 60살 되면 환갑잔치 방송하고 체력이 안 되면 실버 버라이어티로 가는 거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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