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사대금, 용도 제한 없으면 다른 데 써도 횡령 아니야"

서울고법 행정5부 "횡령죄 성립하려면 용도가 엄격히 제한돼야 "판결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아파트건설시행사에서 발코니 확장 공사대금 명목으로 보관 중인 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해도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5부(김기정 부장판사)는 발코니 공사비용 12억8000여만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기소된 이모씨(53)등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재판부는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면 횡령죄가 성립하나, 이 사건 관련 계약 어디에도 계좌별로 특정한 사용 용도와 범위 등을 명시적으로 지정해두지 않은 점, 발코니공사대금이 아닌 다른 명목으로 지출이 이루어져도 조합원 등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돈의 용도가 엄격히 제한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횡령한 돈이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이 아니라면 피고인이 그 돈의 행방이나 사용처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부합하는 자료도 있을 경우 함부로 위탁받은 돈을 불법영득의사로 횡령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이씨 등이 발코니공사비용에 대한 사용처, 사용목적, 사용경위, 결과 등에 대해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이상, 횡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씨 등은 2006년 아파트건설 사업을 하면서 발코니 확장 공사대금으로 받은 12억8000여만원을 아파트건설 사업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 등을 선고받았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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