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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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왜 이제서야 오셨습니까?" 1991년 41회 일본 지바세계탁구선수권의 남북단일팀 실화를 영화로 만들려고 찾아온 문현성 감독에게 건넨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의 한 마디다.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상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끝내 만리장성 중국을 넘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짜릿한 이야기가 아직도 영화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 영화 '코리아'(감독 문현성, 5월 3일 개봉)는 여전히 머리 속 한 켠에 자리한 1991년 봄 46일 동안의 뜨거웠던 시간을 스크린에 되살린다.

'코리아'는 익히 잘 아는 실화를 고스란히 재연한다. 갑작스럽게 단일팀 '코리아'를 구성하게 된 남과 북의 탁구 선수들이 혼란과 갈등을 넘어 마침내 한 마음으로 중국을 꺾는 성공담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재연 다큐멘터리와 다를 것이 없다. 영화는 익숙한 내러티브 외에 철저히 상상력의 산물인 비하인드 스토리로 극에 재미를 준다. 서로의 목을 '따야'하는 적에서 '절친'으로 변해가는 20대 피 끓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절절하며 '북남남녀'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는 발랄한 트렌디 드라마 느낌까지 난다.영화의 구성은 '딱' 기대한 대로다. '코리아'는 '슈퍼스타 감사용' '국가대표' 그리고 지난해 개봉된 최동원, 선동열의 '퍼펙트 게임' 등 동종 장르 영화들을 충실하게 벤치마킹 했다. '코리아'로 장편 데뷔하는 약관의 문현성 감독은 현정화(하지원 분)와 리분희(배두나 분)를 중심으로 서로 평행선을 걷던 남북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스포츠 영화답게 생생한 경기 장면의 재연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모두가 그 결과를 알고 있는 중국과의 결승전에 오면 손에 절로 땀이 난다. 그 이름 석자만으로도 '코리아'의 모든 것인 현정화의 존재는 든든했다. 시나리오 각색과 경기 지도 등 그는 영화 제작 전반에서 '총감독'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원과 배두나, 두 배우의 화학 반응은 끝내준다. 하지원의 현정화가 감정을 밖으로 질러대는 '동(動)' 느낌이라면, 배두나의 리분희는 안으로 꾹꾹 누르는 '정(靜) 연기다. 짜릿한 승리를 뒤로 하고 생이별을 해야만 하는 둘의 이별 장면에 오면 비로소 '동'과 '정'이 만나 놀라운 앙상블을 이룬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과한 대사들과 매끄럽지 못한 편집, 100% 예측 가능한 '클리셰' 장면 등 '코리아'는 분명 단점도 여럿 발견된다. 하지만 괜찮다. 온전하게 완성된 것만으로도 '코리아'는 충분히 존재의 가치가 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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